[포토 겨자씨] '여성 혐오 살인' 용서? 하나님, 그건 아니죠

입력 2016-05-19 10:08 수정 2016-05-19 10:11
'여성 혐오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의 애도 물결.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뉴시스 제공.

용서한답니다. 그러나 용서가 안된답니다.

남편과 아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어 입원 중인 한 어머니의 피맺힌 울분입니다. 6~7년 전 가습기를 사용했던 이 엄마는 몸져 누운 부자를 보살피느라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결코 용서가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세월호’ 참사 부모와 가족 또한 그럴 것입니다.

며칠 전 서울 강남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던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여성 혐오’ 운운하는 한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생면부지간이었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였답니다. 심장이 벌렁 거릴 일입니다. 그 부모와 가족은 이 기막힌 현실에 혼절을 거듭할 것 같습니다.

지금 강남역 10번 출구는 피해 여성 추모 메모와 조화로 가득합니다. 용서가 안됩니다. ‘너희는 악을 갚겠다 말하지 말고 여호와를 기다리라 그가 너를 구원하시리라’(잠 20:22)

영화 ‘밀양’에서 범인에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그 원수를 용서하러 교도소 면회를 갔을 때 그 자가 자신은 하나님께 용서 받았다고 말합니다. 그 망연함, 그 분노, 그 원망이 절절하게 관객의 가슴에 닿는 명장면이죠.

‘그 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가로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까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할지니라’(마 18:21~22)



“…나는 못하겠습니다. 하나님”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