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남해고속도로 창원1터널에서 9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관광버스 7대 가운데 5대가 같은 차선에서 나란히 가던 중 앞 차량이 급정거하자 연쇄 추돌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버스 사이에 껴 있던 모닝 승용차가 크게 찌그러지면서 탑승객 4명 전원이 숨졌다. 버스에는 수련회를 가던 중학생 223명이 나눠 타고 있었다. 관광버스를 줄지어 운행하는 대열운행(일명 ‘새떼 운행’)이 또 참사를 부른 것이다.
대열운행은 일행 이외 차량이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다닥다닥 붙여서 차를 몬다. 이 때문에 안전거리를 지키기 힘들고,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세버스 이용자들은 단체 일정을 이유로 모든 차량이 목적지에 동시 도착하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학급 수가 많은 학교의 경우 차량 간격이 길어지면 도착 시간이 1시간 넘게 차이날 수 있다고 한다.
여객자동차운수법은 사업자가 대열운행을 지도·감독하지 않으면 영업정지 등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세버스업계는 대열운행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관광버스 기사 A씨는 18일 “중간에 다른 차가 끼어들면 차량 간격이 늘어나면서 첫차와 막차의 도착시간이 크게 차이난다”며 “단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대열운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사고 등 피해가 많아 기사들에게 대열운행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원하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대열운행 근절을 위해 운전자나 전세버스 이용자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새떼 운행’이 주변 운전자들에게는 굉장한 위험 요소다. 옆 도로를 달리던 주변 차들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법이 모든 걸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현장체험이나 수학여행 등을 소규모로 운영하면 대열운행에 따른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는 각 학교에 소규모 현장체험학습을 권장하고 있다. 참가학생 100~149명일 경우 관할 교육청에 신고해야 하고, 150명 이상이면 학생과 학부모 동의 등을 얻어 교육청 점검을 받아야 한다. 다만 권장일 뿐 강제 규정은 아니다. 수학여행의 규모 등은 학교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기 때문에 강제하기 어렵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심희정 오주환 임주언 기자 simcity@kmib.co.kr
“불법 알지만 일정에…” 참사 부르는 버스 ‘새떼 운행’
입력 2016-05-18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