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학회와 환경독성보건학회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차 환경독성포럼'을 개최했다.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지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각기 다른 3가지 역학조사의 가습기 살균제 노출 비율 등을 고려해 인구의 22%인 약 1100만명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백 교수는 “고농도 노출 가능성을 따져보면 30만명 정도가 문제될 정도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며 “피해 인정 인원과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흡 외에 혈액이나 태반 등 다른 경로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노출 패턴과 경로, 제품별 독성,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 폐 이외 간, 신경, 유전, 생식 독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조사·판정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이 1만5000명을 포함해 국민의 30%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을 것으로 봤다. 지난해 전국의 만 7세 아동 1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31.3%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 한국아동패널의 연구, 임산부 1144명 중 29%가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라는 모자환경보건센터의 2012년 연구 등을 바탕으로 추산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자 및 가족의 정신건강 모니터링한 결과, 우울증(43.2%), 불안장애(22.7%), 외상 후 스트래스 장애(20.5%)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가습기 살균제 공식 피해자 221명의 1357배 가능성”- “폐 외에도 동맥경화, 면역억제, 만성호흡기질환, 비만, 지방간, 비염 등에도 악영향”
의학과 환경 전문가들이 전 국민의 3분의 1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으며, 30여만명이 가습기 살균제 독성 물질에 나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0만명은 현재 정부가 인정한 공식 피해자수 221명의 1357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만큼 현재 진행되는 정부의 조사 판정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폐 이외’ 질환과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 관계를 규명해 조사·판정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환경보건센터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2차 환경독성포럼'에서 폐 이외 질환 피해나 태아 피해 등을 명확히 가려내기 위해 기존 판정 절차의 허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독성 성분이 폐 외에도 동맥경화, 면역억제, 만성호흡기질환, 비만, 지방간, 비염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물고기인 ‘제브라 피시'에 가습기 살균제 주요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닌(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 독성 실험을 했더니 70분 내 사망했다는 결과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는 “1차 기준으로 CMIT·MIT 단독 사용 폐 손상 피해자 등이 제대로 판정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 환경부가 2차 조사·판정을 했는데, 폐 이외 질환 피해자 등을 꼼꼼히 진단하거나 태아 피해를 확인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의료영상자료나 임상 자료가 부족해 각종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고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3년 7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주도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조사·판정을 시작했다. 가습기살균제 노출 기간, 강도, 위치 등을 따지는 환경노출과, 질병 경과·증상에 대한 임상전문가 진단, X선·CT 등 영상판정, 조직병리 검사 등 4개 분야별 판정에 이어 종합판정을 거치면 피해 여부가 가려진다. 거의 확실, 가능성 높음, 가능성 낮음, 가능성 거의 없음 4단계로 결정되고 자료가 부족하거나 조사에 임하지 않는 경우 판정 불가를 받을 수 있다.
홍 교수는 “환경노출조사 결과만으로도 인정해주거나 최종 판정에서 여러 의견이 나올 경우 더 높은 등급으로 판정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752명을 3차 신청자로 받아 조사·판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는 4차 신청을 접수 중이다. 3~4차에 대한 조사·판정을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폐 이외 질환 검토 소위원회’를 구성해 이후 조사·판정 작업을 보강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나온 좋은 의견들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하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송기호 국제통상위원장은 노동부가 가습기 살균제 ‘세퓨’ 성분인 PGH 위험성을 2007년에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노동부가 2007년 7월 12일 화학물질의 명칭 유해성 취급기준 고시에서 PGH에 대해 ‘증기 노출 작업시 호흡용 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하도록 할 것’이라고 고시했다. 국가 책임의 직접적 증거가 밝혀진 것”이라고 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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