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되는 與 분당 시나리오?

입력 2016-05-18 16:46

새누리당에서 소설쯤으로 치부됐던 분당(分黨)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몸집이 줄어들지언정 ‘내부 총질’하는 인사들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이 확고하고 비박(비박근혜)도 친박 패권주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결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와 국민의당의 연합 가능성, 친노(친노무현)·친박·중도정당 등 3당 체제로의 개편 시나리오와 맞물려 힘을 받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이미 ‘정신적 분당 상태’라는 말이 나왔었다. 평소 당을 완전히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친박 김태흠 의원은 18일 “그 과정에서 분당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야 된다’는 말이 있는데, 정당도 이념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장우 의원도 “집권 여당인데 정부를 흔들어대는 일을 계속 해대고 당을 혼란스럽게 하는 인사들이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세했다. 4선이 되는 정우택 의원은 국민의당 호남발 정계 개편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번 내홍이 봉합되지 않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새누리당도 분열할 수 있다”고 했다.

비박계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김용태 의원은 조만간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두언 의원은 전날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되자 “이런 패거리 집단에 있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 해야겠다”고 했었다. 친박이 없어지면 계파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다만 분당 얘기는 여전히 시나리오에 그친다는 의견이 더 많다. “나가면 춥다”는 경험 때문이다. 여권의 분당 실험은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윤환 전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해 만든 민주국민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한국미래연합 등이 대표적이다. 친박과 친이가 세게 붙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도 분당 얘기가 분분했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김성태 의원은 “명색이 보수의 가치를 만들어가야 될 새누리당이 분당, 탈당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