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묻지마 살인, 내가 죽은 건 여성이기 때문이다”…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6-05-19 00:11 수정 2016-05-19 10:10
# 장면 1.

치마를 입은 터키 남성들이 어린 여자 아이들을 데리고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이런 차림으로 길거리에 나선 걸까요? 그건 오제칸 아슬란(Ozgecan Aslan)이라는 여성의 죽음 때문입니다.

스무살 아슬란은 지난해 2월 귀갓길에 미니버스(돌무쉬) 기사로부터 끔찍하게 살해됐습니다. 기사는 그녀가 홀로 차에 남자 인적 드문 곳으로 돌무쉬를 몬 뒤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아슬란이 강하게 저항하자 기사는 칼과 쇠파이프로 아슬란을 죽였습니다. 이어 그는 아버지와 친구를 불러 시신을 불태운 뒤 도망쳤습니다. 3일 만에 시신이 발견됐고 범인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끔찍한 범행에 터키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는데요.

터키 시민들의 분노는 일부 남성의 편협한 시각 때문에 더 확산됐습니다. 니핫 도간(Nihat dogan)이라는 가수는 트위터에 ‘짧은 치마를 입는 여성들을 성폭력에 대해 말하거나 시위할 자격이 없다’는 글을 남겼다가 맹비난을 받았는데요.



바로 이런 남성 편향적 시각에 항의하기 위해 일부 남성들이 치마를 입고 거리에 나선 것입니다.

# 장면 2.

지난 17일 새벽 1시 서울 강남의 한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스물세 살 여성 A씨가 일면식도 없던 서른네 살 김모씨에게 살해됐습니다. 인근 술집에서 일을 하던 김씨는 화장실에 1시간 정도 숨어 있다가 뒤이어 들어온 A씨에게 식칼을 마구 휘둘렀습니다.



김씨는 경찰에서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했다며 ‘단지 그 자리에 있어서’라는 이유로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여성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이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성혐오’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도태된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골라 범행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담은 글이 각종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등에 퍼지고 있습니다.

여성 네티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장애인만 죽거나 학생만 죽거나, 혹은 강아지만 죽는다면 특정 대상을 겨냥한 범죄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여성만 죽어나가는데 여성혐오 범죄를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않느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달 사이 일어난 여성 대상 살인 사건도 거론됐습니다.


*2016-4-19 송파 전 남친이 이별통보에 30대 여친 살인 (수차례 칼로 찌름)
*2016-4-25 인천 서구 청라동 헤어지자는 말에 30대 여친 살인 (4차례 칼로 찌름)
*2016-5-17 서초 노래방 화장실 20대여 묻지마 살인 (4차례 부억용 식칼로 찌름)

여성 네티즌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헌화하고 여성혐오 범죄의 근절을 촉구하는 쪽지를 붙여달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쪽지에는 ‘여성이라 죽고 있나요’라거나 ‘난 17일 새벽 1시 ~했고, 살아남았다’ 등의 메시지를 적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정말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단지 그 시간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여자라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 여성을 추모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 범죄가 근절되길 바랍니다. 이상 19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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