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이 장기화하면서 당의 단합이 유지될 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대선 후보로 결정된 뒤 분출하는 공화당 내 갈등이 정도는 다르지만 민주당에서도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더 힐 등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이기기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지지자들은 지난 14일 네바다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배분 방식이 조작됐다며 과격하게 항의했다.
네바다주 전당대회를 주재하는 로베타 레인지 의장은 자신과 가족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도 여러 건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신을 공개 처형해야 한다", "지옥에 갈 준비를 해라" 등 섬뜩한 음성 메시지를 남긴 이들도 있었다. 로베타 의장의 손주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안다는 경고도 들어왔다.
전당대회 보안 담당자들은 샌더스 지지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행사를 부랴부랴 종료시켰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샌더스 지지자들은 민주당 경쟁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최종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극단적인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로급인 바버라 복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이 같은 일을 본 적이 없다"며 충격을 표시했다.
CNN방송은 복스 외에 여러 민주당 원로들이 샌더스 지지자들의 과도한 열기가 당의 단합을 붕괴시키는 도발적인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의원이 폭력사태를 규탄하면서도 지지자들을 감싸는 모습을 보여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민주당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7월 '민주당 전당대회' 가 제대로 치러질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당 전당대회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다.
이러한 우려는 샌더스 의원이 대의원 확보전에서 승산이 없음에도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갈수록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민주당) 상원의원은 "늦어도 다음달 7일 민주당 예비경선이 끝난 후에는 샌더스 의원이 후보 사퇴를 선언, 클린턴 후보가 7월 전당대회에서 승리의 모멘텀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