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조화, 휴식, 고요, 평온, 서정…. 잔잔한 호수풍경을 화폭에 그려내는 김동철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일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감성적인 이미지의 특별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이런 이미지를 선사하는 그의 개인전이 18일부터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스페이스(02-734-1333)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연풍경을 그린다. 그의 풍경화를 보면 단순히 풍경화만은 아니다.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나 인상주의 화풍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을 보는 방식이 남다르다. 희미한 안개 풍경 같은 이미지는 구체적인 형태를 실루엣처럼 처리한 방식이다.
그의 시선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풍경화의 형식에서 벗어나 정서적인 감응을 이끌어내는 자연현상을 포착하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안개와 물비늘 그리고 수면에서 반사되는 햇빛, 숲 그림자 등 자연현상을 정서적인 효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경이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그림 속에 옮겨놓은 대자연과 마주쳤을 때 느끼는 감동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감동을 주는 요인은 작품의 서정성에 있다. 물안개의 시적인 상상력으로 사유와 힐링의 공간을 선사하는 작업이다. 내면의 깊이가 없이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림 제목은 ‘자연-휴식’ ‘자연-고요’ ‘자연-청정산수’ 등이다. 조정육 미술사학자는 그의 그림을 ‘새벽 편지’에 비유했다. “김동철의 그림은 먼 바닷가에서 부쳐 온 새벽편지 같습니다. 유순하면서도 완만한 사투리로 적은 해당화 같은 사연은 도시의 속도에 치여 누워 있는 영혼을 바다처럼 위문하는 편지입니다. 김동철 작가의 그림엽서를 받던 날, 문득 내 마음 속에서 해초 같은 싱싱함이 일어서는 것을 느꼈습니다. 흐릿한 물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별빛 같은 평화를 건져 올리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그림을 보며 물 같은 휴식을 느끼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 것이겠지요.”
작가는 말한다. “소재는 주변의 풍경이나 풍경사진을 조합하여 그린다. 특별한 경우 장소(향원정, 청마의 거리, 해운대, 창령성가 고택, 청와대 춘추관 등)을 그리기도 하지만 이번 개인전에 전시할 그림은 자연으로부터 지각한 색채와 서정성을 나타내기 위해 그 소재를 주변의 풍경과 풍경사진을 조합하여 그렸다.”
색채 연구에 오랫동안 몰두해온 작가는 “세잔느가 자신의 정물대를 꾸몄던 것처럼 좀 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색을 관찰하고 그것을 좀 더 직접적으로 그림에 반영하기 위해서 자연과 접하는 화실에서 직접 관찰하며 개인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고 했다. 그의 그림을 실제로 보면 그런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자연풍경으로 평온과 힐링 전하는 ‘새벽편지’ 김동철 작가 가나아트스페이스 개인전
입력 2016-05-18 11:21 수정 2016-05-18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