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맑은 물 확보 비상... 지자체들 물전쟁

입력 2016-05-18 10:41
부족한 식수 확보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울산의 물 문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카이네틱 댐 설치가 사실상 실패로 종결되자 사연댐 수위 조절을 통한 암각화 보존 방안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 왔다. 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맞물려 대체 식수원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북 운문댐 물의 울산 유입을 조기에 관철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18일 시에 따르면 시는 매일 32만t의 마실 물을 사연댐과 대곡댐에서 충당해왔다. 하지만 2003년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와 대곡천 암각화군을 보존하기 위해 두 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정부차원에서 논의되면서 식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문화채청은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자맥질 현상을 중단시키자고 주장했지만, 울산시 입장에선 깨끗한 상수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연댐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청도의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끌어 쓰면 물부족 문제도 해결되자만 대구는 시민의 25%가 이용 중인 운문댐물을 울산으로 보낼 경우 대구의 식수원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10년간의 논쟁 끝에 2013년 카이네틱 댐를 임시로 설치한 뒤 사연댐 수위를 높여 식수전용댐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울산에 식수를 공급하는 방안이 포함된 ‘대구경북권 맑은물 공급사업’을 정부가 완료하면 울산시가 사연댐 수위를 영구적으로 낮춘다는 조건이 붙었다.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의 핵심인 운문댐 용수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대구의 반대가 없어야 하는데 대구도 취수원 이전을 놓고 구미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권 맑은물 공급사업’은 현재 낙동강-금호강 합류 부근의 매곡·문산 취수장을 구미공단 상류로 옮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구미는 취수 지역 상류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개발권과 재산권이 제약받고 가뭄 때 수량 부족과 수질 악화 등이 우려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안에 취수원 이전문제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문제 해결되기 전에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 사업’도 답보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

울산시 관계자는 “대구시와 구미시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답답하다”며 “정부와 정치권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처 중이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