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자들이 네바다 주 전당대회에서 기물을 부수고 당 간부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선거인 규정 변경 요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의 표시였다. 샌더스 의원은 폭력에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샌더스 의원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경선에 샌더스가 집착하면서 빚어진 부작용이라는 게 지도부의 인식이다.
네바다 출신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샌더스 의원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샌더스 의원을 압박했다.
리드 의원은 “사태의 엄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샌더스 의원과 10분간 통화했다”며 “(지지자들의 폭력을) 비난한 샌더스가 올바른 행동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폭력사태의 책임을 지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치적 갈등이 결코 폭력이나 위협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거들었다.
이에 앞서 로버타 랜지 네바다 주 민주당 의장은 지난 14일 열린 주 전당대회가 파행으로 끝난 뒤 1000통 이상의 살해 협박 전화와 문자메시지, 음성 파일 등을 받았다. 문자메시지 중에는 “당신의 손자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고, 음성메일 중에는 랜지 의장을 공개 처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들은 주 전당대회에서 7월 민주당 전국 전당대회에 파견할 선거인을 뽑는 규정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자 등을 집어던지며 소란을 피웠다. 지난 2월 끝난 네바다 주 경선에서 샌더스는 47대 53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패했지만 선거인은 동수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랜지 의장은 “나와 가족을 협박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대회 파행을 공식적으로 문제삼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랜지 의장에게 동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성명을 내고 “어떤 형태의 협박이나 물리적 폭력에 반대한다”면서도 “네바다 주 전당대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며 지지자들을 두둔했다.
이날 투표가 끝난 민주당 켄터키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네바다 주 폭력사태의 여파가 샌더스 의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지만, 클린턴 전 장관도 과거 ‘광업 구조조정’ 발언의 후유증으로 이 곳 광부들의 지지를 많이 잃었다. 98% 개표율을 기준으로 클린턴이 47.2%의 득표율을, 샌더스는 46.2%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해 두 사람의 격차는 1% 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이날 경선에 상관없이 클린턴은 이미 대의원 2265명을 확보해 매직넘버(민주당 대선후보 지명 요건인 대의원 2383명 확보)의 95%를 손에 쥐었다. 반면 샌더스의 대의원은 1498명에 그쳤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샌더스 지지자들 네바다 주 당 의장 살해 협박...민주당 지도부 샌더스 압박
입력 2016-05-18 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