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비정상의 정상화' 나선다...관계부처 TF개최

입력 2016-05-18 10:00

정부가 32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체계의 정상화에 나선다. 보험료 급등, 일부 비급여 부문 과잉진료 등과 관련해 불거진 문제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18일 실손의료보험 개선을 위한 관계부처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금융위 정은보 부위원장,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이 회의를 주재했다. 각 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실손의료보험 개선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위원장은 “실손의료보험의 비정상적 운영방식을 탈피할 수 있도록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기능 붕괴된 실손의료보험=실손의료보험은 급여 부문의 본인부담금 및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작은 질병부터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보장해주다보니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보험사들의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은 2010년 800억원에서 2014년 1조5000억여원으로 크게 늘었다. 보험 손해율이 늘면서 보험료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회사 역시 일단 보험료 수입을 늘리는 데 급급해 과도한 보장상품을 개발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험금 부족을 나중에 보험료 인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신뢰 하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실손의료보험 시스템에서는 어떤 의료행위를 제공할지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정한다. 고객들도 보험회사가 돈을 내니 가격이 비싼지 싼지 알아볼 필요가 없다”며 “시장의 가격기능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료비 코드 표준화부터 추진=정부는 관계부처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하반기까지 실손의료보험 구조적 문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선 실손의료보험 통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진료비 코드 표준화부터 추진한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어떤 진료를 통해 보험금을 받았는지 진료비 코드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 정부는 코드 표준화를 통해 어떤 진료 부문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이 많이 지급되고 있는지 우선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비급여 부문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심사 체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비급여 문제가 실손의료보험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 지급 심사를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감독기관을 만들어 모럴해저드를 막자는 게 논의의 골자다. 하지만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이고, 의료계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보험회사들이 공동으로 기관을 만드는 등 제3의 기관에 맡기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보험 자기부담금도 오를까=실손의료보험의 적정 보장 범위 및 자기부담금의 상향 여부 등도 관심거리다. 금융당국은 올 초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며 하지정맥류 레이저시술을 보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고가의 비급여 진료 항목을 손보겠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과거의 수술법인 절개수술만 하라는 거냐”며 반발이 거셌다.

금융당국은 하반기까지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정비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20%로 오른 비급여 부분 자기부담금이 더 오를지도 주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기부담금 20%가 모럴해저드 제어장치로는 약하다”면서도 “50%까지 올리면 차단은 되겠지만 위험을 보장해준다는 보험상품 정의에는 맞지 않아 여러 방안을 시뮬레이션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국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보건사회연구원, 보험연구원 등 관계부처·기관 및 연구기관들이 참여했다. 금융위, 복지부에서는 실무자들이 지난 2~3개월 동안 모여 실손의료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