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도 뽑을거야?…‘트럼프를 절대 뽑으면 안 되는 12가지 이유’

입력 2016-05-18 01:03
여성에 대한 인식과 각종 막말 등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미국 CNN방송이 17일(현지시간) ‘당신이 트럼프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대선에서 확실하게 떨어질 수 있는 12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전날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힐러리가 질 수 있는 12가지 요인’을 보도한 것에 대해 패러디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지난해부터 미국 공화당의 대선 유력 후보로 거듭나기까지 트럼프가 저질렀던 각종 막말과 실소를 자아내는 주장들이 총정리돼 있다. 단순한 농담이라고 넘기기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우월감, 약자에 대한 공감 부족 등 지도자로서는 부적절한 단면들이 여럿 보인다. 달리 표현하면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뽑으면 절대 안 되는 12가지 이유’로도 읽을 수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1.멕시코 이민자들을 향해 ‘강간범’이라고 외쳐라!

트럼프의 캠페인은 논란의 영역을 향해 치고 들어가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는 지난해 6월 연설에서 “멕시코가 자국민들을 미국으로 보낼 때는 최고의 인재를 보내지 않는다”며 멕시코 정부가 범죄자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 온 멕시코인들을 가리켜 “그들은 마약을 운반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렇지 않으면 강간범”이라고 일갈했다.


2.전쟁 포로는 영웅이 아니라고 강조하라!

트럼프는 2008년 공화당 대선주자이자 베트남 전쟁 당시 전쟁 포로기도 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깎아내렸다. 매케인 의원은 지난 1967년 공군 장교로 참전했지만 작전 도중 격추되어 1973년 파리평화조약에 의해 석방될 때까지 5년 반 동안 전쟁포로 신세를 겪어야 했다. 숱한 고문도 겪었다. 
반면 트럼프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학업과 의료 진료 기록을 이유로 수차례나 징병을 연기했다. 그런 맥케인에게 트럼프는 “나는 포로로 잡힌 적이 없는 사람이 좋다”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그는 공화당의 모든 후보를 제치고 대선 후보가 됐다.


3.경쟁자의 아버지를 전직 대통령 암살범과 관련됐다고 억지 주장이라도 하라!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라이벌 후보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아버지가 존 F.케네디(1917~1963) 전 대통령의 암살범인 리 하비 오스왈드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내세운 근거는 슈퍼마켓에서 파는 가십성 언론 보도가 유일했다. 그는 인디애나주 프라이머리가 시작되던 날 폭스뉴스에 “그의 아버지가 오스왈드가 사살되기 전 오스왈드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4.경쟁자의 아내가 내 아내보다 예쁘지 않다고 조롱하라!

트럼프는 심지어 크루즈의 아내도 공격했다. 그는 모델 출신이던 자신의 전 부인 멜라니아와 크루즈의 부인 하이디의 사진을 나란히 올려놓으며 “사진이 천마디의 말에 값한다”는 글을 올렸다. 나중에 그 자신도 실수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5.어차피 달러를 찍어낼 거니까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리 없다고 선언하라!

트럼프는 지난해 CNN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빚을 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것을 걱정하는데 난 이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그대들(미국인들)은 채무불이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달러를 찍어내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말대로 달러를 찍어내 빚을 갚을 경우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국제금융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경제분석가는 “(트럼프의 발언은)대선주자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재앙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6.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종교 집단에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해라!

트럼프는 지난해 파리 테러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위협이 고조되자 “모든 무슬림에 대한 미국 입국을 전면적이고 완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파리 테러 직후 미국 내 무슬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화와 이슬람 사원 폐쇄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지난 3월에는 CNN에 출연해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에게 “난 무슬림이 우리(미국)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7.여성의 외모와 지능을 조롱하라!

트럼프는 지난해 9월 한 잡지 인터뷰 도중 TV에 나오는 공화당 경선 라이벌로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저 얼굴을 봐라!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겠나?”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에 앞서서는 폭스뉴스 TV토론의 여성 진행자였던 메건 켈리를 가리켜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왔다. 다른 어디서도 피가 나왔을 것”이라며 켈리가 월경 때문에 예민해져 자신을 공격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또 켈리를 ‘빔보(외모는 아름답지만 똑똑하지 못한 여자를 폄하하는 비속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칼리 피오리나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8.공개석상에서 성적 취향을 밝히고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라!

트럼프는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기 전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인 하워드 스턴의 라디오 토크쇼에 자주 출연했다. 그 자리에 그는 종종 자신의 성적 취향에 따라 여러 여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1~10 사이의 평점을 메기며 외모를 품평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코미디언 로지 오도널이나 아리아나 허핑턴 등에 대해 ‘뚱뚱한 돼지’ ‘뚱보(slob)’ ‘개’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욕하는 것은 물론 “나에게는 오럴 섹스가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9.있지도 않은 ‘대변인’인 척 하며 자기자랑을 하라!

미국의 잡지사인 피플 매거진의 기자가 1991년 트럼프의 사생활을 취재하기 위해 그의 맨해튼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인터뷰 요청 5분 만에 ‘존 밀러’라는 트럼프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인물이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밀러란 대변인은 첫째 부인 이반나와의 12년 간의 결혼생활, 뉴욕 지역의 유명 연예인들과의 염문 등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들을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그 당시 14분20초 분량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목소리 톤이나 자신감에 넘친 말투 등 딱 듣기만 해도 단번에 트럼프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트럼프가 대변인을 가장해 자기 자랑을 했다”고 지난 13일 공개했다. WP 기자들이 이에 관해 묻자 트럼프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10.시위대의 얼굴을 한 대 치고 싶다고 연설하라!

트럼프는 종종 자신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유세를 방해할 때마다 시위대를 향해 격한 표현이나 조롱하는 말을 내뱉었다. 그는 “시위대는 전문 시위꾼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지난 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 도중 자신의 행렬을 가로막는 시위대를 향해 “저놈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11.장애인 기자를 조롱하라!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사우스캐롤나이나주에서 가진 유세 도중 미국 내 아랍인들이 9·11 테러 당시 환호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불쌍한 사람을 보라”며 양팔을 여러 차례 부자연스럽게 휘젓는 제스처를 했다. 이는 과거 그와 관련된 기사를 썼던 뉴욕타임스의 세르지 코발레스키 기자를 흉내내는 것으로 코발레스키는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선천성 관절만곡증을 앓고 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하반신이 없는 한 기자가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데 대해 “내가 바지도 살 수 없는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겠냐”고 비아냥거려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12.소득신고서 공개를 단호히 거부하라!

트럼프는 지난 수십년 간 미국 대선 후보자들이 해왔던 것과는 달리 자신의 소득과 세율 등이 적힌 소득신고서 공개를 거부해왔다. 밋 롬니와 힐러리 클린턴 등이 공개적으로 이를 요청했지만 줄곧 침묵해왔다. 트럼프는 ABC방송에 출연해 조지 스테파노풀로스 앵커가 그의 실제 세율에 관해 질문하자 “당신이 알 것 없잖아”라고 막말을 내뱉기도 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내 세금에 관한 회계 정리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 이 세금이 공개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