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뇨로 건조·고온 이어지자 아시아국가들 시름 깊어진다

입력 2016-05-18 00:13
건조한 날씨와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식재료 가격이 급상승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12개월 동안 채소 가격이 22.6%, 인도네시아에서는 18%, 우리나라에서도 19% 가량 급증했다고 국제금융정보제공업체 CEIC가 밝혔다. 음식가격도 같은 기간동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평균 4.8% 올랐다고 HSBC 홀딩스 PLC가 분석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한 마트를 찾은 시민이 밥상에 올릴 찬거리를 만들기 위한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가격 상승은 지난 1950년 이후 최악의 엘니뇨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식재료 가격이 올라 이 지역 성장세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식비에 많은 돈을 사용하게 되면서 원하는 분야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누만 HSBC 소속 경제학자는 장바구니 물가가 상승했지만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식재료를 위한 지출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축해왔던 사람들이 현재는 식비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이 지역 사람들은 더 빈곤해져 가고 있다. 즉시 경제 성장을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가구 수입의 3분의 1 가량을 이미 식재료 구입에 사용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식재료 가격이 올랐을 때 그 고통이 지독하게 드러난다. 더위 때문에 팔 수 있는 농작물이 적어진 농부들은 기초 생활 용품을 살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엘니뇨 이후 아시아 국가의 식재료 변동폭.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쳐.


인도네시아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밀라 카밀라씨는 지난해 콜리플라워와 고추, 겨자잎을 구입하는데 2.20달러를 쓰면 2~3일 동안 가족들을 먹일 수 있었지만 올해는 3.70달러를 써야하는 처지다. 70%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인도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콩 가격이 34% 상승해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베트남의 커피 수출량은 엘니뇨 때문에 3분의 1 가량 줄었다고 국가커피무역그룹이 지난주 발표했다. 지난 2월부터 런던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커피의 가격도 20% 가량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해 보고서를 내고 “역사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일부는 엘니뇨 현상 때문에 단기적으로 경제활동의 저해를 경험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엘니뇨 현상 이후 예상했던 것보다 1.01%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몬순 기후인 인도의 성장률은 엘니뇨가 발생한 이후 예상치보다 0.25% 낮았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