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통선거를 원한다.”
중국 권력서열 3위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홍콩 방문 첫날인 17일 오전 홍콩 사자산공원 내 비컨힐 바위에 내 걸린 대형 현수막 내용이다. 현수막을 내건 홍콩 범민주파 단체 사회민주연선(LSD) 왕후밍 부주석은 페이스북에 “이것은 장더장에게 주는 우리의 기념 선물”이라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추구하는 홍콩인들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수막이 걸린 곳은 2014년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위 당시에도 자주 시위대가 활용하던 곳이다. 때문에 홍콩 경찰 당국도 만반의 대비를 했지만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홍콩 명보는 “경찰 당국이 오전 8시30분쯤 바위산에 걸린 현수막을 확인하고 소방서에 연락해 완전히 제거하는데 2시간 가량이 소요됐다”고 전했다. 사회민주연선 회원 4명은 장 위원장이 내린 공항 부근에 ‘중국 공산당 독재 중단’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홍콩인이 두려우면 홍콩에 오지 마라”고 외치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홍콩 도착 후 “행정장관과 홍콩 정부의 업무 보고를 듣겠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실행에 관한 사회 각계의 제안과 요구를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이날 공항에서 렁춘잉 행정장관과 장샤오밍 주 홍콩 중국연락판공실 주임의 영접을 받았다. 홍콩 경찰은 장 위원장 방문 기간 매일 경찰력 6000명을 배치하고 행사장 주변 지하철 공사까지 중단시켜 과잉 경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 위원장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2012년 홍콩을 방문한 이후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하는 국가지도자급 인사다. 이날부터 사흘간 예정된 장 위원장 홍콩 방문의 표면적 목적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서밋' 참석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