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수의 차림의 그…박홍석 모뉴엘 대표, 항소심 징역 15년 선고

입력 2016-05-17 17:32
“대출금 상당액은 개인적 목적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사용됐다… 하지만 피해액이 너무 커서 중형을 선고하기로 한다.”

17일 오전 서울고법 303호 법정, 하늘색 수의(囚衣) 차림의 박홍석(54) 모뉴엘 대표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재판부가 양형의 이유를 밝히는 대목에서였다. 눈속임한 가전제품 수출 실적으로 3조400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아 재판에 넘겨진 그는 이날 항소심 선고를 받았다. 앞선 1심에서는 징역 23년형이 선고됐다.

“신뢰의 사회, 강화된 양형의 기준을 존중하면서 실질적 책임주의, 양형주의에 기초해 깊이 고민해 내린 판결입니다.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립니다.” 서울고법 형사3부 천대엽 부장판사가 주문을 읽기 직전, 법정이 일순 고요해졌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박홍석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한다. 357억6564만3379원을 추징한다…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도록 합니다. 돌아가세요.” 박씨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방청석 어디에선가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1심보다 8년을 감형했다. ‘모뉴엘 사기’의 피해액이 거액이며, 수출금융제도의 신뢰가 현저히 침해됐다는 판단은 1심과 같았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의 대출이 개인적인 용도로만 이용된 것은 아니며, 직원 급여와 신제품 개발 등 회사 운영을 목적으로 쓰인 측면이 있음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모뉴엘 자체가 사기 범행을 위해 설립되거나 운영된 회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모뉴엘 부사장 신모(51)씨와 재무이사 강모(44)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사기 범행이 알려지기 전까지 모뉴엘은 시장에서 유망 가전업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창업 10년도 안 돼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7년 ‘주목할 회사’로 공개 지목할 정도였다. 모뉴엘과 비슷한 형태의 수출사기 범죄는 계속해서 적발되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