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합의 수준 유도’… 김앤장 규탄 시위까지

입력 2016-05-17 17:31
환경운동연합과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 모임 대표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방해 의혹과 관련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국내 1위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돕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세청의 세무조사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등은 17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앤장은 가습기 살균제 독성 은폐에 가담한 의혹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앤장이 옥시를 변호하며 서울대와 호서대 연구팀에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시험보고서를 조작·은폐해 작성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옥시간 합의를 유도하는 과정도 문제라고 밝혔다. 우선 김앤장이 ‘쌍방과실의 교통사고 시에 합의하는 수준’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와 옥시가 합의토록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최혜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옥시와 합의한 사망피해자들이 받은 금액은 1억원~1억5000만원으로 통상 쌍방과실인 교통사고에서 사망자가 합의하는 보상금 수준으로 알려졌다”며 “김앤장이 쌍방의 일정 과실을 인정하는 정도의 합의금 액수를 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비공개로 작성된 합의서에서 옥시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해 피해자의 손발을 묶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옥시가 2011년 말 옥시 법인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꾼 것도 김앤장의 자문에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법인을 폐기해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모임 등은 “김앤장 스스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검찰이나 변호사협회 등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법적 의무 위반이나 변호사윤리 위반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최근 김앤장에 조사요원을 보내 회계장부와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지난 2008년 김앤장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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