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 사금고를 열듯 회삿돈 18억원 가량을 꺼내 쓴 정황이 포착됐다. 정 대표의 다양한 로비 의혹과 네이처리퍼블릭 자금의 연관성을 추적해온 검찰은 조만간 정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 대표가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대여한 17억9200만원(국민일보 5월 9일자 11면 참조)에 대해 횡령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횡령 범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가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는다. 정 대표는 지난해 1월 2일 최대주주 신용공여 형식으로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17억9200만원을 빌렸고, 40여일 뒤인 2월 13일 상환을 완료했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거래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부하 직원을 시켜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후에 돈을 채워 넣었다고 하더라도 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정 대표의 대여금 상환 완료 공시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꺼낸 대여금·가지급금이 석방 및 사업청탁 로비, 원정도박에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가 다음달 5일 출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 대표 역시 최근 접견을 온 지인들에게 “여기서 2~3년은 더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회삿돈 유용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원정도박 수사 과정에서는 선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경영비리가 아닌 기업인 개인의 일탈로 판단한 검찰은 기업 압수수색, 자금흐름 분석 등을 하지 않았다. 정 대표 이외에도 맹모(88) 수도권 골프장 회장, 문모(57) 해운업체 대표 등 기업인 10여명에 대한 수사가 동시에 진행됐지만 압수수색이 이뤄진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특수1부가 횡령 혐의를 다시 수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검찰과 정 대표 사이의 악연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정 대표는 해피존 사업을 동업한 유명 로비스트 심모(62)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런데 법정에서 정 대표가 검찰 진술을 완전히 번복하는 바람에 심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곤경에 처했던 검찰은 지난해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사회뉴스]
[단독] “돈 가져오라” 정운호 회삿돈 유용 정황 포착
입력 2016-05-17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