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청와대 인사는 감동 주지 못한 인사"

입력 2016-05-17 16:38 수정 2016-05-17 18:20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가 최근 단행된 청와대 인사와 관련해 “감동을 주지 못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과 관련해 “국가기강의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는 “‘겸허히’라는 말은 양산에서 겸허히 반성할 때 쓰는 말”이라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럼 협치와 소통의 길을 열었는데, 이래서 협치가 되겠나. 박승춘 보훈처장은 ‘내 손을 떠났다’며 책임을 윗선으로 넘기는데, 그런 못된 버릇은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청와대) 수석도 해보고 비서실장도 해 봤다. 자기가 책임을 지고 영광은 대통령에게 넘기더라도 비판받는 것은 자기 책임 하에서 해줘야 하는데, 이런 분이 무슨 (보훈처장을 하나). 설사 청와대의 지시를 안 받았다고 해도 ‘청와대에서 그런 말씀이 있었는데 검토해보니 이렇더라’고 해야지, 이건 국가기강의 문제다”



-18일 행사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만일 당일까지 (제창이) 안된다고 해도 우리는 공당이기 때문에 지도부는 공식행사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이다”



-향후 대응방안은 뭔가.

“제창은 국민을 위해 해줬어야 한다.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현재 특별법은 새누리당이 다수당일 때 야당의 양보 속에서 이뤄진 법이다. 이제 여소야대 정부다. 이것(세월호특조위 조사 기간)이 연장이 안 되면 우리가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해 개정안을 내면 더 강한 법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박 처장에 대해서는 해임촉구결의안을 20대 국회에서 의결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해임촉구결의안에 동의할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건의하면서 ‘잘못됐다고 했으면 같이하자’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결국은 못한다고 했다. 이것도 협치는 아니지 않나. 청와대 지시를 안 받겠다고 했으면 해야 할 일은 해야지”



-청와대 인사는 어떻게 평가하나.

“감동을 주지 못한 인사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훌륭한 행정가다. 하지만 이렇게 얽혀있는 정치문제와 경제문제를 풀어갈 만한 그런 분은 아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쓰기 하는 게 끝이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개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3년간 경제 정책을 실정해서 구조조정을 하는 등 난리가 난 것 아니냐. 실패한 사람이 정책기획 부서로 승진하고, 국회의원 떨어진 사람이 경제수석으로 가는데 국민이 감동하겠나”



-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다. 과거 청와대 경험을 토대로 당부하고 싶은 바가 있나.

“박 대통령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 정리를 잘 해야 한다. 특히 나머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대북문제나 개헌 등을 생각해야 된다. 국민에 솔직하고 소상히 설명해서 구조조정도 잘 해나가야 한다. 지금 2년 남았는데, 실패하면 더 죽는다”



-차기 국회의장은 더민주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인가.

“더민주가 하는 것이 제일 원칙이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원 구성 협상을 통해 얘기하겠다”



-국회 교육과학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 분리를 언급했다. 현실화 될까.

“지금 교육과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가. 21세기는 문화·예술·관광의 시대다. 하지만 (국회에서) 교육문제에 꽉 잡혀 문화·예술·체육·관광이 ‘올 스톱’ 되니 한류도 죽어가지 않나. 문화·예술만큼 큰 경제가 어디 있나. 경제를 위해서 분리하자는 것이다. 윤리위를 보라. 1년에 몇 번이나 회의하나. 그것은 운영위와 합치면 된다. 줄일 수 있는 것을 줄이자는 것이다. 다만 국민들이 국회의원 수가 300명이 넘는 것을 싫어하듯 상임위 숫자도 국민이 원한다면 18개를 지키면서 효과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뭐가 나쁜가. 이런 생각을 두고 ‘박지원이 신의 한수를 뒀다’고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언급한 ‘미래일자리위원회’는 설치 되나.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지금 얘기하면 또 (상임위를) 먹네 어쩌네 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두고 보자. 3당 대표 회담에서 논의하면 된다”



-새누리당과의 연정론이 논쟁 끝에 가라앉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정체성에 안 맞는 얘기다.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나.

“그렇게 되면 좋다. 그건 우리 당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오겠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정계개편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렇게 대대적인 개편이 되겠나. 지금은 총선 민의에 나타난 3당 체제가 계속 갈 것이다”



-내년 대선 구도는 3자 구도로 간다고 보나.

“3자 구도가 될지, 5자 구도가 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다만 현재 구도로 보면 3자 구도가 될 개연성이 제일 높다”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하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결선투표제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얘기를 하면 자꾸 초점이 흐려진다. 지금은 일하는, 경제를 생각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더민주 측은 국민의당 후보가 안 대표로 이미 정해졌다고 얘기한다.

“그쪽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두고 내가 못하게 할 권리는 없지 않나. 하지만 더민주야말로 문재인 전 대표로 대선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다. 우리 당은 안 대표도 대선 후보 경쟁을 ‘오픈’한다고 했지 않나”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이 국민의당으로 올 수 있겠나.

“나는 손 전 고문이 우리 당에 왔으면 좋겠다. 만약 손 전 고문이 더민주에 가면 친문(친문재인)계에 못 당할 것이다”



-본인의 대선 출마 의향은.

“4·13 총선에서 호남 참여 연정론을 부르짖으면서 나도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있고, 나도 당 대표 선거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열린 상태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호남의 지지 없이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가 더민주의 대선 후보가 되면 국민의당이 정권교체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나.

“야당은 전통적으로 호남이 뿌리다. 호남의 지지가 없는 야당은 승리한 적이 없다. 그건 홈베이스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당은 승리할 수 있는 필요 조건을 호남의 지지로 확보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외연확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호남을 지키면서 외연을 확대하는가는 안 대표의 몫이다(박 원내대표의 사무실 벽에는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함께 걸려 있었다)”



-국민의당 내부에도 ‘안철수계’와 ‘호남계’가 나뉘어 있어 갈등이 잠재돼 있지 않나.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잘 조정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준 기회마저도 박탈당한다. 그러니 잘 해야 하고, 안 대표가 잘 해야 한다. 안 대표에게 ‘제2의 문재인의 길을 가면 제 2의 문재인이 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호남민심은 어떤가.

“호남민심은 친문과 친노(친노무현)에 대한 반감으로 국민의당에 표를 준 것이다. 그러나 지지를 준 것이 아니라 기회를 준 것이다”



-더민주에서는 국민의당을 향해 ‘호남 자민련’이라고도 한다. 문 전 대표는 이번 호남 선거가 자신에 대한 호불호 양상으로 번졌다고도 했다.

“그것은 호남을 무시하는 소리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호남 민주당’이 되라는 건가. 입이 열개라도 그 사람(문 전 대표)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박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를 언급하며 매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호남을) 자극 안했나. 겸허히 기다린다고 했는데, 겸허하다는 말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 양산에서 겸허히 반성할 때 쓰는 말이다. 물론 문 전 대표는 좋은 사람이다. (2012년 대선에서) 48%의 국민이 지지하고 누구보다 가능성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그러면 안된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직전 ‘호남홀대론’을 반박하는 자료도 냈다.

“거기(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인사수석한 광주 분들에게 물어보라. 사실이 아니라면 왜 2012년에 광주에서 사과를 했나. 지금 박 대통령에게도 호남홀대론이라고 지적해봐라. 박 대통령도 자료를 낼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다. 이런 것 때문에 호남이 (문 전 대표를) 싫어하는 것이다. 한 때는 우리가 키워준 사람 채워주고 했는데 노무현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호남 인사가) 없어졌다. 홀대한 것이 사실 아닌가”



-더민주의 전당대회는 어떻게 전망하나.

“8~9월에 전당대회를 할 수 있겠나. 김종인 비대위 대표만한 사람이 있나. 백척간두에 있던 더민주를 제1당으로 만든 공도 있겠지만, 저렇게 노련하게 할 사람이 있나. 문 전 대표도 다른 사람에게 당을 맡기고 불안하지 않겠나. 두 사람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나는 본다”



-개헌을 언급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개헌은 어떤 것인가.

“이원집정부제에 분권형 개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주장이 다 다를 것이다. 개헌의 방향이 정해지면 거기서 제일 좋은 안을 추출하는 것이 좋다”



-내년 대선 전에 개헌이 가능할까?

“그것이 박 대통령이 재기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3년간 경제나 정치, 남북관계에 있어 성공한 것이 뭐가 있나. 외교문제는 처음에 잘했다. 나도 칭찬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과 미국 사이 샌드위치가 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 않나. 미국은 자꾸 일본과 함께 가고, 중국은 우리를 압박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도랑에 든 소다. 미국 풀도 먹어야 하고, 중국 풀도 먹어야 하고, 앞에 있는 일본 풀도 먹어야 하는데, 현 정부가 뭘 잘했나. 창조경제는 아무도 모른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교류협력을 하거나 북한의 SOC(사회간접자본)에 참여하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박근혜정부는 거기서 해답을 찾고, 여의도 정치권에는 개헌을 줘야 한다. 그러면 남북문제와 개헌문제로 나머지 임기 2년은 성공할 수 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 등 야당 일부에서도 ‘햇볕정책 수정론’이 제기된다.

“그러면 전쟁하자는 것인가. 햇볕정책의 기반은 튼튼한 안보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면서 협력하고 교류하고, 언젠가는 북한을 개혁·개방해서 경제수준과 민주주의 수준이 오르면 통일하자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렛대를 잡고 미국과 중국 사이 역할을 통해 북한의 핵을 없애는 길로 가야 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북한 핵을 없애라고 한다고 저들이 없앨 것인가. 박 대통령은 대화하면서 자꾸 북한의 시간만 벌어준다는데, 북한은 이 시간에도 핵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북한은 망했거나, 내일 모레 망해야 하는데,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다 하지 않나. 그것을 못하게 해야 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은 반대 입장이다.

“개정이 안 된다고 세월호를 버릴 순 없지 않나. 목포에 가면 ‘배지(정장 상의에 달린 세월호 배지를 가리키며)를 떼라’는 분도 계신다. 그런 국민 정서도 있지만 우리는 야당이다. 아직도 10분이 바닷 속에 있는데, 우리라도 끈을 놓지 않고 손을 잡고 있어야 하지 않나. 소수와 약자를 대변하고 보호해주는 것이 야당의 본분 아니겠나. 우리마저 그 사람들의 손을 놓으면 어떻게 하나.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 아닌가”



최승욱 문동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