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인 내일은 광주민주항쟁 3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 사이 시민들은 폭도에서 ‘민주화유공자’로 바뀌었고 5월18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죠. 하루 전날인 오늘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굴립 5․18민주묘지에선 유족회 주관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36년 전 자식을 잃은 열사의 부모들은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새고 깊은 주름이 패였습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화창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세월의 흔적은 도드라졌습니다.
올해가 마지막일지 몰라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인준배(82)․김진덕(72) 노부부의 사연이 뉴시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네티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죠.
손을 맞잡고 시신 없는 묘비를 찾은 이 노부부의 모습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아들인 고(故) 임옥환씨는 광주항쟁 당시 조대부고 3학년생이었다고 합니다. 전남 고흥에서 광주로 유학까지 왔었죠.
계엄군이 광주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자 아들 임씨는 친구 3명과 함께 5월22일 학교 뒷산으로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친구 3명 중 1명은 계엄군에 체포됐고 2명은 도주했습니다. 이들은 36년이 되도록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칠순과 팔순을 넘긴 부부는 새하얀 소복과 검은 정장을 입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죠. 남편인 임씨가 수년 전 풍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 3년간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올해가 가면 다시는 못 올 것 같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죠. 부부는 이름만 새겨진 빈 묘비에 술을 따르고 절을 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삼켰습니다.
임씨의 어머니는 “함께 산을 탔던 친구들의 증언이 없었다면 행불자 묘역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를 위안으로 삼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광주항쟁의 민족 열사들의 부모는 이 노부부처럼 대부분 칠순을 넘어 팔순이 되가고 있죠. 그래서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릅니다. 자식은 젊은시절 모습 그래로인데 부모만 늙어가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