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침묵을 깨고 문화대혁명 발발 50주년을 맞아 심야에 인터넷을 통해 논평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이 침묵을 넘어 문혁 관련 보도 통제까지 나서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를 거울로 삼는 것은 더욱 좋은 전진을 위해서다'라는 인민일보 논평이 발표된 것은 문혁 50주년 기념일이 끝나가는 16일 자정 무렵이다. 지면에는 17일자 4면 상단에 게재됐다. 논평은 “문혁은 우리 당과 국가 발전 과정에서 하나의 중대한 굴곡이었다”고 평가하고 “문혁과 같은 잘못이 재연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역사는 이미 문혁이 이론과 실천에서 완전히 잘못됐다는 점을 증명했다”면서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혁명과 사회적 진보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의 이날 논평은 중국 공산당이 1981년 ‘제11기 6중전회'에서 ‘건국 이후 발생한 당의 일부 역사적 문제에 관한 결의’를 통해 정리한 문혁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덩샤오핑 지도부의 주도로 채택된 이 문건은 문혁을 “마오쩌둥의 착오로 일어났으며, 반혁명 집단에 이용돼 당과 국가와 각 민족 인민에게 엄중한 재난을 가져온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도 역시 이날 자정 무렵 공개된 ‘문혁은 이미 철저하게 부정됐다'는 사설에서 “공산당은 1981년 문건을 통해 사상적, 조직적, 법률적으로 문혁을 깊이 반성하고 ‘사인방’ 등 사건의 주범들을 재판하고 그들의 죄행을 청산했다”며 “이런 커다란 반성은 전면적 개혁개방의 사상적 기초가 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문혁 50주년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각 언론 매체에 문혁 관련 내용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게시하지 말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혁에 대한 공과 논란은 자칫 마오쩌둥과 공산당의 과오가 부각돼 체제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침묵하는 사이 문혁을 기념하는 행사는 중국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열렸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16일 산시성에서는 ‘산시 마오쩌둥 사상 선전대’ 회원들이 참여한 문혁 50주년 행사가 열렸다. 행사 참석자 일부는 문혁을 선전하는 대자보를 전시했고 일부 강연도 진행됐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서 행사를 지켜봤지만 행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중국 좌파 웹사이트 ‘우여우즈샹’은 후난성 우한에서 열린 문혁 기념 행사에 노동자와 농민, 노병, 누리꾼 등 민간인이 대거 참여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오전 연례 국제 도보 대회가 열린 랴오닝성 다롄에서는 10여 명이 마오쩌둥의 사진을 들거나 마오쩌둥의 얼굴 아래에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문구가 쓰인 깃발을 흔들며 행사에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홍콩 봉황망에는 16일 오전 ‘청년의 문혁 관을 다시 보다’라는 주제로 ‘문혁 50주년 특별 기획’을 보도했지만 한 시간여 뒤에 인터넷에서 삭제됐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