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탈취소독제나 에어컨·히터 살균탈취제, 가죽·가구 세정제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화학제품에서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죽음의 물질’이 검출됐다. 가습기 살균제로 쓰여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폼알데하이드와 트리클로로에틸렌(TCE)와 같은 고위험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정부는 올해 1월 이 사실을 확인해 판매를 중단시켰지만 국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아 이미 판매된 제품이 가정에서 계속 쓰이도록 방치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올해 1월 진행한 ‘생활화학제품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제품 7종, 안전 정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제품 62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바이오피톤㈜가 만든 ‘신발무균정’(신발 탈취소독제)에서는 PHMG가 나왔다. 2013년 10월 ‘공산품 안전법’에서 생활화학용품에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유통되고 있었다. ㈜필코스캠의 에어컨·히터 살균탈취제는 고위험 발암물질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 기준치의 40배나 초과했다. 수입제품인 어섬 페브릭(Awesome FABRIC)에서는 역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기준치를 27배 웃돌았다.
수입 가죽세정제 ‘레더 크린 앤 리뉴 와입스’(Leather CLEAN & RENEW WIPES)와 수입 가구세정제 ‘퍼니처 크림’에서는 폼알데하이드가 각각 기준치의 2.6배와 7.7배 상회했다. 하수구를 뚫는 용도의 수입품 ‘멜트’(MELT)는 염산과 황산의 농도가 기준치의 7배(72%)에 달했다. 미용닷컴이 만든 문신용염료에서는 세균이 검출됐다. 정부는 이 제품들을 생산·수입한 업체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 제품들이 시중에 다량 유통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사결과가 확정된 1월 22일 업체들에는 결과를 통보하고 판매 중단과 제품 회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4개월 가까인 조사결과 발표를 미뤘다. 가습기 살균제 파문으로 생활화학제품 관리 소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진 뒤에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제품들은 일단 구입하면 가정에서 상당기간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정부가 시장에선 퇴출하고 가정에선 계속 쓰도록 방치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환경부는 안전 정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제품 62종을 적발됐다. 차량용 방향제 등을 생산하는 포포베코리아의 ‘포포베 피규어 방향제’ 제품은 ‘자가검사번호’를 허위로 기재했다. 자가검사번호란 공인된 시험·분석기관에서 안전기준에 합격한 제품에만 부여하는 인증번호다. 유리발수 코팅제, 곰팡이 제거제, 세탁조 세정제, 변기세정제, 카페트 세정제, 에어컨 세정제, 초극세사청소포 등 61종은 제품에 함유된 성분, 제품 사용 시 주의사항 등 안전표시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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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어컨 탈취제·가죽 세정제에도 ‘죽음의 물질’ 검출
입력 2016-05-17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