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조영남, 작품 하나에 공임 10만원...너무 짜다”

입력 2016-05-17 09:02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영남 대작 사건. 재미있는 사건이 터졌네"라며 "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입니다"라고 했다.

진 교수는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입니다"라고 했다.

진 교수는 "앤디 워홀은 '나는 그림 같은 거 직접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랑하고 다녔죠"라며 "그림이 완성되면 한번 보기는 했다고 합디다. 미니멀리스트나 개념미술가들도 실행은 철공소나 작업장에 맡겼죠"라고 했다.

진 교수는 "제가 아는 이런 관행의 효시는 모호이 나지. 이미 1930년대에 전화 회화를 선보였죠. 전화로 간판집에 그림을 주문하는 겁니다.미리 서로 좌표와 색상표를 공유한 채..."라고 했다.

이어 "욕을 하더라도 좀 알고 합시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좀 다른 부분인데.... 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 너무 짜다...."라고 했다.

진 교수는 "조영남이 훌륭한 작가는 아니죠. 그림 값은 그의 작품의 미적 가치보다는 다른 데에서유래하는 것으로 봐야죠"라며 "그림값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닙니다. 웬만한 작가들 다 그 정도는 받아요. 다만, 이 분 작품은 그리는 족족 팔리나 봅니다"라고 했다.

진 교수는 "일단 원칙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는데...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애매하게 경계선 양쪽에 걸리는 거시기한 부분이 없지는 않죠"라며 "그건 좀 복잡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아무튼 그 부분은 검찰이 나설 일이 아니라 미술계에서 논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봐요"라고 했다.

그는 "'거시기'하다고 한 그 부분까지 포함해서, 이 문제에 관해 글을 하나 쓰지요. 글감 없었는데, 마침 잘 됐네"라고 했다.

진 교수는 "일단 '사기죄'라는 죄목을 제쳐두고, 조영남씨의 '관행'에 대해 두 가지 정도를 지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예술 내적 논의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피곤하고, 내일 쓰면 수요일 밤 늦게나 올라오겠네요"라고 했다.

그는 "핵심은 컨셉입니다. 작품의 컨셉을 누가 제공했느냐죠. 그것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그 컨셉마저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지요. 하지만 미술에 대한 대중의 과념은 고루하기에, 여ㅈ론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라고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