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멤버로, 가수 겸 방송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화투’ 화가 조영남(71)씨가 8년 가까이 무명화가가 대신 그림을 그려줬다는 ‘대작’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다른 작가가 대신 그린 그림을 조용남이 마치 자신이 그린 그림처럼 약간 손을 댄 뒤 사인을 하고 비싼 가격에 팔았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이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조영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영남은 2009년부터 무명화가 A씨(60)에게 1점당 10만원 안팎의 대가를 지불하고 A씨가 그려준 그림을 조금 손 본 뒤 자신이 그린 것처럼 전시·판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항간에는 A씨가 그려준 그림이 300점을 넘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검찰은 A씨가 그린 그림이 수백만원에 거래됐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압수물 분석 작업을 마치는 대로 조영남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A씨는 198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006년쯤에 조영남을 만난 것을 인연으로 2009년부터 지난 3월까지 조영남의 그림을 그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신 그린 작품의 수는 200~300점 정도 된다고 A씨는 증언했다.
조영남 매니저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씨에게 일부 그림을 맡긴 것은 사실이나 지난 3월 팔레 드 서울에서 연 개인전에 전시한 50점 중 6점에 지나지 않는다”며 “A씨의 도움을 받은 그림은 한 점도 판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씨는 트위터를 통해 “재미있는 사건이 터졌다. 검찰에서 수사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다.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 맡기는 것이 관행”이라고 조영남을 옹호했다.
진중권은 이어 “핵심은 컨셉이다. 컨셉을 제공한 사람이 조영남이라면 문제 없는 것이고, 다른 이가 제공했다면 대작이다. 미술에 대한 대중의 과념(관념의 오타인듯)은 고루하기에 여론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970년 ‘딜라일라’로 데뷔해 세시봉 멤버로 활동한 조영남은 화개장터 등 히트곡을 남겼다. 이후 ‘화투’ 화가로 명성을 날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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