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자가 공동 수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채식주의자’의 번역자인 데보라 스미스(28)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스미스는 21세 때까지는 모국어인 영어만 읽고 쓸 줄 아는 이른바 ‘모노 링구얼’이었다.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번역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영국에 한국어를 전문 번역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어를 선택했다.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런던대학에서 한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번역한 한강의 작품에는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외에도 올해 같은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낸 ‘소년이 온다(Human Acts)’가 있다. 배수아 작가의 ‘에세이스트의 책상(A Greater Music)’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Recitation)’도 번역 중이다. ‘에세이스트의 책상’은 10월 레터북스에서, ‘서울의 낮은 언덕들’은 내년 1월 딥 벨룸 출판사에서 나온다.
그는 최근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Tilted Axis) 출판사를 세워 출판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워크숍에 참가했던 스미스는 자신의 번역 철학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한국어와 같이 소수언어권에서 온 책들은 소위 ‘다른 문화로의 창’과 같은 진부한 문구로 포장돼서 출간된다. 저는 그런 점을 지양하고 문학서로만 홍보하고 싶다.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한국을 들먹이며 마케팅하고 싶지 않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채식주의자’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 공동 수상
입력 2016-05-17 06:29 수정 2016-05-17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