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문학상 갈증 풀어준 소설가 한강은 누구?

입력 2016-05-17 06:01

번번이 노벨문학상에 고배를 마셨던 한국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 문학상에 대한 갈증을 풀게 됐다.

그 숙원을 풀어준 주역인 한강은 1970년대 생 대표주자이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시로 먼저 등단했다. 소설에서도 시심(詩心)어린 단아한 문장이 빛난다. 이와 함께 탄탄한 서사, 비극성을 띤 작품 세계로 일찌감치 ‘차세대 한국 문학의 기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가 등단 이후 일관되게 밀어온 주제는 폭력성이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도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한강 특유의 서정적인 문장으로 풀어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연작 소설인 ‘채식주의자’는 육식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폭력성을 거부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에 다가가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한다. 영혜는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는 식물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다.

책은 각기 다른 세편의 중편을 엮었는데, 표제작인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 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 세 번째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각각 화자로 등장한다.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 폭력을 완벽하게 거부하는 게 가능한가. 그런 질문들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의 소설은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 인간의 보편적 문제에 닿아 있다. ‘검은 사슴’(1998·문학동네), ‘내 여자의 열매’(2000·창비), ‘그대의 차가운 손’(2002·문학과지성사), ‘바람이 분다, 가라’(2010·문학과지성사) 등 발표한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러하다. 식물화 되어 가는 여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알몸 스트리킹 하는 여성, 촉망 받는 한 여성작가의 죽음 등을 소재로 일상에 스며든 작지만 깊은 폭력의 문제를 건드렸다. 이런 작가의 문제의식은 마침내 1980년 광주 사건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창비)에서 정치적 권력의 폭력 문제를 건드리며 절정을 이룬다.

한강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동리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