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동남아 국가 중 그나마 중국과 큰 갈등을 겪지 않았던 ‘대중(對中) 온건파’ 인도네시아마저 중국에 화가 났다.
1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남중국해 남단에 있는 나투나(Natuna) 제도에 잠수함기지를 건설해 해양 진출을 확대하는 중국 견제에 나설 예정이다.
복수의 인도네시아군 간부는 군 당국이 총 533조 루피아(약 49조500억원)를 투입, 중국이 실효지배하는 스프래틀리 제도(난사군도·南沙群島) 인공섬과 암초에서 멀지 않은 나투나 제도의 방위력을 증강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일에는 리아미자르드 리아꾸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나투나 제도에 F-16 전투기 5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은 이르면 올해 추경예산으로 일부 자금을 확보해 조기에 잠수함기지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국회 제1위원회 마후즈 시디크 위원장은 “나투나 제도 방위가 인도네시아 서부를 지키는데 핵심적으로 필요하다”며 예산 배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자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 중 브루나이 등과 함께 상대적으로 중국에 맞대응을 회피하는 나라로 분류됐었다. 중국의 경제력도 이에 영향을 미쳤다. ‘대중 강경파’국가로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2014년10월 ‘강력한 국가’를 표방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감지되던 변화는 최근 한층 뚜렷해졌다. 특히 지난 3월 나투나 제도에서 발생한 ‘사건’이 분수령이 됐다.
지난 3월19일 나투나 제도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인도네시아 해경에 적발되자 남중국해 쪽으로 도주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경비선이 이를 추격해 선원 8명을 체포하고 예인을 시도하자 중국 경비정이 고의로 충돌해 어선이 남중국해 쪽으로 달아나게 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레트노 마르수디 외무장관이 자카르타 주재 중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불러 엄중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는 중국과의 갈등을 '사소한 일'로 치부해 온 관행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측은 남중국해의 주권을 표시하는 구단선(九段線)을 내세워 나투나 제도 주변 인도네시아 배타적 경제수역(EEZ) 일부가 자국 해역이라며 일축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