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메르스병동 ‘살려야 한다’ 누가 연출했나…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6-05-17 00:04 수정 2016-05-17 08:09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불거진 서울대병원의 ‘살려야 한다’ A4용지 문구 설정을 청와대가 연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당시 설정 논란을 가장 먼저 기사화했다가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병원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이고 청와대가 시킨 것이 아니다’는 해명을 보도했던 본보로서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습니다. 17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한겨레는 전날 <[단독] 박 대통령의 메르스병동 ‘살려야 한다’, 연출 맞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한겨레는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말을 빌어 ‘살려야 한다’ 문구는 원래 감염내과 전임의가 메르스 중증환자의 명패 위에 붙여 놓은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방문 직전 찾아온 청와대 직원들이 이 문구를 봤고 청와대 직원들 중 누군가의 말에 여러 장 복사해 간호사실 곳곳에 붙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청와대 연출이라는 뜻입니다.

본보는 지난해 6월16일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뒷편에 A4용지!… 페북지기 초이스> 기사를 가장 먼저 썼습니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방문한 서울대병원 곳곳에 ‘살려야 한다’는 A4용지가 붙은 게 지나친 설정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애초 본보는 A4용지를 서울대병원이 붙였는지, 청와대가 붙였는지 네티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기사가 나가자마자 서울대병원은 본보로 전화를 걸어 와 “A4용지는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이며 청와대 직원이 시킨 게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게 묻히는 줄만 알았는데 1년만에야 청와대가 ‘살려야 한다’ 문구를 연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만약 청와대가 서울대병원에 시킨 일이라면 서울대병원은 본보에 거짓 해명을 한 것입니다.

서울대병원은 그러나 청와대 연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살려야 한다’는 원래 병원에 붙어있던 문구였고 병원 직원 중 누군가 주장해서 한 장을 더 복사해 붙였을 뿐”이라며 “공교롭게도 청와대 직원과 대통령이 온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청와대 직원이 시킨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청와대 연출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 방문에 맞춰 원래 있는 종이를 한 장 더 붙인 것을 놓고 병원이 연출했다고 표현한다면 뭐라 할 말은 없다”면서도 “1년이나 지난 일인데 또다시 청와대가 연출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와 우리도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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