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57)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2011년 8월 11일 대검찰청 각 층을 돌며 직원들에게 퇴임 인사를 건넸다. 웃음띤 얼굴로 후배들에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20여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며 감사패와 재직기념패, 꽃다발 등을 전달받았다.
퇴임 이후 그는 많은 소득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업체의 사외이사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퇴임 3개월 뒤인 2011년 11월 14일 그는 대구 달성군에 본사를 두고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이수페타시스’라는 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그는 이수페타시스와 3년간 거래내역이 없고, 직업은 변호사라고 소개됐다. 상법은 상장사와 중요한 거래관계에 있는 법인의 임직원의 경우 사외이사가 될 수 없게끔 규정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2014년 11월 14일까지 3년간 재직했는데, 이사회 참석률은 2011년 60%, 2012년 18.8%, 2013년 29.7%로 매우 저조한 수준이었다.
홍 변호사는 이듬해인 지난해 3월 19일 LG전자에서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그런데 당시 홍 변호사가 LG전자의 사외이사직을 맡는 것은 상법상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당시 “홍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인 에이치앤파트너스가 2014년 LG전자의 법률자문을 했다”며 “현재 거래가 있는 법률사무소의 피용자는 사외이사로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변호사는 LG전자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LG전자의 사외이사가 된 날 여행·렌터카 사업을 하는 코스닥상장사 ‘레드캡투어’에서도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얼마 뒤 레드캡투어는 네이처리퍼블릭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 서울 시내의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신청했다.
홍 변호사는 그 이전인 약 2년 전부터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고문료를 받으며 법률자문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홍 변호사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51)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변호했다. 본인의 주장과 달리 검찰은 정 대표가 홍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최소 6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홍 변호사는 ‘정운호 법조비리’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외이사직을 좋아한 ‘전관 변호사’
입력 2016-05-16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