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임을 위한 행진곡 왜 불허했나

입력 2016-05-16 16:46 수정 2016-05-16 17:11

국가보훈처가 16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것은 보수층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2009년 제창 금지 이후 갈등이 잦아든 상황에서 7년 만에 다시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정식 보훈처 홍보팀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처음으로 이번 행사에 5·18관련 보훈단체가 모두 참여키로 해 ‘통합적인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가 불거지자 보수 단체들이 불참의사를 밝힌 탓에 ‘국민통합 차원’에서 기존 방식을 고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나뉜 상태에서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이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노래의 기념곡 제정 역시 적절치 않다고 했다. 5대 국경일과 46개 정부기념일, 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애국가도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면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탓에 장외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보훈처는 “정부기념식이 국민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여·야 회동에서 ‘큰 그림’이 그려진 상황에서 보훈처의 결정이 되레 분열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사안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시 7년간 유지해온 ‘합창’ 방식의 변화가능성을 시사해 다시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를 의식한 듯 보훈처는 이 사안에 대해 청와대의 직접적인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보훈처의 독자적인 결정이라는 해명이다. 보훈처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국론 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방안” 발언을 가이드라인 삼은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대통령의 이 발언이 협치와 화해를 의미하는 긍정적 의사로 받아들였지만 보훈처는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는 당부로 해석한 셈이다. 보훈처가 제창 거부 배경을 밝히면서 거듭 밝힌 사유도 ‘국론 분열 방지’였다.

보훈처의 결정이 모처럼의 협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에 의해 구성된 여소야대 정국에서 보훈처가 일방적인, 불통 행보 끝에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보수단체의 반발이 예상됐다면 이를 양 측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설득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있다.

보훈처는 박 대통령의 언급 이후 3일간 연속 회의를 가졌다. 박승춘 보훈처장과 차장 등 10여명의 보훈처 관계자들만이 협의를 벌였고, 정부 기존입장 유지로 결론지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환원이 시기상조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정치권에 구성된 ‘협치의 판’에 비춰 보훈처의 결정은 절차와 과정 모두 ‘성의 부족’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팀장은 향후 전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행사 전에는 이런 문제가 많이 얘기가 되지만 막상 행사가 끝나면 논의 하는 자리에 참석을 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만약 정치권의 요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