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사형선고를 받은 심정으로 개혁에 임해야 한다.”(이혜훈 비상대책위원)
“함거(檻車·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 들어가는 목민관의 마음으로 혁신하겠다.”(정운천 비상대책위원)
16일 국회에서 상견례를 겸해 모인 새누리당 비대위원들은 각오를 단단히 다진 듯 했다. 10명 중 7명이 당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로 채워진 만큼 이대로 가면 당이 망한다는 위기감이 컸다. 4·13 총선 이후 집단 무기력증에 빠졌던 새누리당이 비박 주도의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당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김용태 혁신위+비박 비대위’…승부수? 쇼?=주말 사이 이뤄진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 인선을 두고 새누리당은 벌집 쑤신 듯 어수선했다. 당 운영에서 배제된 친박(친박근혜)계는 반발했다. 주도권을 쥔 비박 쪽에선 ‘친박에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새어나왔다. 이런 인사를 한 정진석 원내대표에 대해선 배신이냐 소신이냐 엇갈린 평가가 뒤따랐다. 혁신의 첫 걸음이 총선 참패 원인 진단이고 그 과정에서 친박 주도의 공천 파동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비대위는 일상적인 당무를 보면서 ‘김용태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영우 비대위원은 상견례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보수혁신특위에서 만든 혁신안이 유야무야됐던 사례를 언급한 뒤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해체된 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와 무소속 당선인들의 ‘선별’ 복당을 첫 과제로 뽑았다. 홍일표 비대위원도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데서부터 당의 혁신이 시작된다”며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위기라는 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흐지부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문종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로서는 상당히 의외의 인물이 혁신위원장이 됐다”며 “조금 더 객관적으로 당을 보기 위해선 외부 인사가 좋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박덕흠 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을 찾아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 임명을 원전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여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추인하기 위한 17일 전국위원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김용태 “청와대 개편, 답 아니었다”=혁신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은 이번주에 혁신위 인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의 기준으로 혁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외부인사를 대부분으로 구성 하겠다”고도 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하면 김 의원도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일단 19일 ‘낙선·낙천자 대회’를 열어 당에 대한 쓴 소리를 가감 없이 듣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등 보수혁신위에서 시도했지만 입법화하지 못했던 혁신 과제들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상견례에 참석해 “답은 정해져있고 우리가 대답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청와대를 향한 날선 발언도 계속됐다. 김 의원은 전날 참모진 개편에 대해 “국민에 대한 답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정면 돌파 방침을 시사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비박계 혁신위원장,비박 비대위 승부수 통할까 3개월짜리 쇼로 끝날까
입력 2016-05-16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