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조폭들 건설 현장에서 이권 챙기는데 시민단체까지 빙자해

입력 2016-05-16 20:32
경기도 평택지역 전·현직 조직폭력배들로 구성된 단체가 시민단체를 가장해 건설 현장의 공사장 이권을 챙겨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6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 공갈) 위반 등 혐의로 평택 A위원회 위원장 이모(49·전직 조직폭력배)씨를 구속했으며,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 이 단체 집행부 김모(53·현직 조직폭력배)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모(57·전직폭력배) 등 1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주범 이씨 등은 2013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평택 고덕국제화지구 부지조성 공사장 일원에서 건설사 등을 상대로 평택지역 업체의 장비와 인력을 사용하라고 공갈·협박해 35억원 상당의 이권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고덕국제화지구 내 공사장에서 타 지역 업체에 공사를 주거나 평택지역 업체이어도 비회원사인 업체에 일감을 주면 소속 회원 등을 동원해 업무를 방해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한 대기업 건설사에 ‘지역 장비와 인력 사용, 현장 안전 기준 완화’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서울 본사를 항의 방문해 장송곡을 틀고 삭발식을 거행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원·하청 업체 등은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등 피해를 입을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A위원회측에 공사나 장비 임대권을 넘겨줬다. A위원회 집행부에는 이씨 등 전·현직 조직폭력배가 상당수 있었다. 경찰은 집행부 외에도 범행에 가담한 회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는 경기도시공사와 평택시 등이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고덕면 일원 392만8000여㎡에 2조2277억여원을 투입해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