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약진으로 새누리당 '영남당' 이미지 벗을까

입력 2016-05-16 16:03

4·13 총선 후 여권 내 권력 지형의 변화가 감지된다. 수도권 참패의 빌미를 제공한 공천 파동의 진앙지인 대구·경북(TK) 세력이 급격히 위축된 반면 당청 요직을 장악한 충청권은 차기 리더십 창출의 중심지로 부상할 기세다. 이번 기회에 ‘영남당’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권 주자의 최대 숙제가 호남 지지인 것처럼 여권 내 ‘충청 대망론’도 영남, 특히 TK의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대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혁신위원장,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당청의 핵심 보직을 충청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차지한 후 충청권 인사들의 행보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을 앞두고 19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개최되는 충청향우회 중앙회 행사에 총선에서 당선된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 집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대 국회에 진출한 충청도 출신 여야 당선자는 모두 52명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나라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달려나가는 분들이 충청도 분들”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충남 천안이 고향으로 경선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를 물밑 지원한 8선 서청원 의원도 선수별로 당내 의원들과 연이어 만나는 등 ‘식사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 의원은 “당이 위기 상황에서 계파를 뛰어 넘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 한 덩어리가 되자”고 설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선 후보들이 잇따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지원 요청을 하고 나서는 등 충청권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충청권 약진에는 총선 참패로 김무성 전 대표 등 영남권 차기 유력주자들이 내상을 입은 뒤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급부상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당내 일각에선 총선 후 제2당으로 전락한 현 상황에선 지역적으로 경상도와 충청도를 연결하는 ‘경충(慶忠) 연합’으로 대선을 치러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에는 상수다. 변수가 아니다”고 말해 ‘반기문 대망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권력 구도가 TK에서 충청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당청 요직 인선과 관련 “정책조정수석, 경제수석 등 실권을 가진 분들은 전부 TK”라며 “충청도 인사들을 앞세웠지만 뒤에는 완전히 TK세력들이 포진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야권의 심장이 호남이듯 TK는 여권의 심장”이라며 “TK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충청 대망론은 큰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일각에선 반 총장이 이달 말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에 이어 최근 준공한 경북도청 신청사를 찾는 것이 여권의 중심지인 TK에 공을 들이는 차원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