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결정으로 소란스러웠던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 조직 정비와 경제 문제에 집중했다. 당 지역위원장 ‘물갈이’를 통해 당의 인적 쇄신 의지를 천명하는 동시에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정국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金 “오래된 지역위원장 솎아낼 용기 가져야”=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1차 회의에서 과감한 당 조직 정비를 주문했다. 새로 선출될 지역위원장이 당 대표 선출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당의 인적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대 총선 당선인들이 지역위원장을 맡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실패한 지역구는 엄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너무 오래 지역을 관리하신 분들을 솎아낼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조강특위를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정 기간 지역위원장을 맡고도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지역위원장들을 교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 관계자는 “영남 등 일부 전략지역을 제외한 낙선 지역구가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김 대표가 취임 이후 강조한 운동권 문화 청산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지도부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후보에게 돌리려 한다며 반발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한 수도권 지역위원장은 “오랫동안 지역을 맡겨놓고, 중앙당이 그동안 제대로 지원해 준 적이 있었느냐”며 “지역위원장을 교체하려면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더민주는 이수진 전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과 박진경 한국여성연합 성평등연구소장을 조강특위 위원으로 추가 임명했다. 조강특위는 6월 말까지 공모와 실사를 거쳐 지역위원장 인선 및 지역대의원 구성 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인사 비판하며 靑과 대립각=김 대표는 앞서 비대위회의에서 박근혜정부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근본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형태의 구조조정으로 갈 기미가 벌써부터 보이기 시작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토대로 한 구조조정 방식을 언급하며 “정부의 자세가 과거 구조조정을 했던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업을 부실로 이끈 경영진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이들이 재정적 손실을 감내하는 방식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 구조조정의 선결과제로 실업 대책 등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전날 단행된 청와대 인사에 대해서도 “청와대 인사 행태를 보면 우리 경제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청와대 인사를 혹평하며 “이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정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는 우 원내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언급한 것인 만큼 원내지도부가 정리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경제 문제, 당 조직 정비에만 집중한 김종인
입력 2016-05-16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