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풍경 사진은 조국에 대한 헌사"... 연꽃 개인전 갖는 주명덕 작가

입력 2016-05-16 15:50 수정 2016-05-16 15:57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주명덕 작가
주명덕 작가의 연꽃 작품. ‘2016 부여’.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흑백 풍경 사진으로 잘 알려진 원로 사진작가 주명덕(76)씨가 이번에는 연꽃에 꽂혔다. 서울 송파구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연(蓮)’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고 있는 그를 최근 미술관에서 만났다.

“어느 날 연꽃을 찍은 사진이 제법 있는 걸 발견하곤 놀랐어요. 예쁜 걸 보면 찍게 되는데, 나도 몰래 그게 눈에 들어왔던 거지요. 단독 소재가 되겠다 싶어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연꽃을 찍었습니다.”

연꽃을 찾아 경기도 일산, 시흥에서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까지 전국을 누볐다. 같은 곳을 서너 번씩 찾기도 했다. 연꽃 사진을 찍는 내내 19세기 인상파 화가 모네가 그린 ‘수련’은 넘어야 할 벽처럼 느껴졌다. 연꽃하면 불교를 떠올리는 통념도 걷어내고 싶었다.

전시장에서는 상투적이지 않은 주명덕만의 연꽃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꽃 사진이라기보다는 풍경 사진으로 다가온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해바라기 밭처럼 무성한 연꽃 무더기, 꽃이 시들어 처연한 모습, 줄기만 어지럽게 남아 쓸쓸한 정경, 새벽녘과 해질녘의 각기 다른 풍광…. 인간의 생로병사가 오버랩 되는 풍경들이다.

“찍다보니 연꽃도 결국 산풍경 사진과 비슷하게 가더라고요. 자기 버릇 개한테 못주는 거지요. 허허”

주 작가는 한국 기록사진의 선구자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사진이 기록사진 중심에서 1988년 이후 예술사진으로 넘어갈 때 앞서 그에 앞서 물꼬를 튼 작가이기도 하다. 군락을 이루는 나무 등 별것 아닌 풍경에 눈길을 두며 찍은 ‘잃어버린 풍경’ 시리즈는 사진인데도 모노크롬 회화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의 느낌을 더욱 살리기 위해 일부러 도화지에 프린트한 작품도 적지 않다.

그는 자신의 풍경 사진을 애국행위에 비유했다. 1970년대 중반 서울 신세계백화점 화랑에서 한국의 사람과 자연을 주제로 ‘헌사(獻寫)’라는 전람회를 연 것이 계기가 됐다. “동구권 음악가들이 음악으로 자신의 조국을 얘기했듯, 사진으로 내 조국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없을까 생각이 들었지요.”

이 때부터 다큐멘터리 사진을 내려놓고 작품 세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뭘 찍어도 일본적인 것이 느껴졌던 ‘하마야 히로시’처럼 자신의 사진에는 한국적인 게 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했다.

요즘 사회적 미술이 뜨면서 다큐 사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젊은 작가들의 다큐 작품 경향에 대해 “사진은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 젊은 작가들은 그게 안 되니까 자꾸 말로 설명하려고 한다”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6월 18일까지. 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