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전 CIA 스파이였던 도널드 리카르드는 숨지기 2주 전인 지난 3월 만델라의 마지막 일대기를 다룬 영화 ‘만델라의 총(The Mandela’s Gun)’을 촬영해온 영화감독 존 어빙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언론에 털어놨다. 리카르드는 만델라 체포 당시 남아공 동부 나탈 주의 주도인 더반에서 미국 부영사로 일했다.
리카르드는 냉전시기였던 1962년 당시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이 만델라에 대해 ‘소련 밖에서 가장 위험한 공산주의자’로 보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리카르드는 당시 만델라가 완전한 소련의 통제 아래 있었으며, 나탈주 주민들에게 공산당 주도의 대규모 반란을 선동할 것으로 믿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었고 만델라를 제지했어야 했다. 내가 그 역할을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만델라는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에 맞서기 위해 1962년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 간 이집트부터 보츠와나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세로로 종단하며 신생 독립국들로부터 정치적 지지와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에티오피아에서 8주간의 군사훈련을 받기도 했다. 마침 만델라가 이끈 정당 아프리칸민족회의(ANC)가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표방한 것도 미국이 그를 공산주의자로 본 근거가 됐다.
ANC에 첩보원을 두고 있었던 리카르드는 더반을 찾은 만델라가 요하네스버그로 돌아가는 경로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이를 남아공 경찰의 연락책에게 전했다. 남아공 경찰은 그 첩보 덕에 더반 외곽에서 만델라를 체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리카르드는 1978년 CIA를 퇴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