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랑 놀지 마, 투명인간 취급해…” 이런 스승도 있었습니다

입력 2016-05-16 13:40 수정 2016-05-16 13:51
국민일보 DB.

“단돈 100원이라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있으면 모두 적어 내라.” 2013년 5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에서 담임교사 남모(54·여)씨는 반 학생들에게 종이를 돌렸다. 황모(10)양이 친구의 돈을 빼앗은 것으로 의심한 상황이었다. 한 학생이 “700원을 빌려주고 돈을 받지 못했다”고 적어냈다.

남씨는 학생들 앞에서 황양을 향해 “나쁜 짓을 했으니까. 5월말까지 한 달 동안 반성 기간”이라며 “지금부터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말라”고 말했다. 2~3주간 황양을 교실의 맨 뒷자리에 앉혔다. 남씨는 같은 반 학생의 학부모에게 “황양의 나쁜 짓을 따라한다. 같이 놀지 못하게 하라”고 전화를 했다. 6학년 학생 등 20여명을 차례로 불러 “황양을 투명인간 취급해라. 상대도 하지 마라”고 주문했다.

황양에게는 “투명인간 취급 받으니 어때. 무시 당하는 기분이 어때”라고 말했다. 황양이 같은 반 친구 일부에게 ‘친하게 지내자’는 편지를 주는 것을 보고서는 “황양에게 편지 받은 사람 손 들어 봐. 친구로 얼마나 오래 가는지 보자”라고 말하며 학생들에게서 편지를 회수했다. 남씨는 황양이 그 편지를 스스로 찢게 지시했다.

남씨는 황양의 외삼촌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언쟁을 벌여 황양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남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서도 “교사의 교권행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훈육 행위”라고 맞섰다.

하지만 1심은 남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8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황양의 비행 행위에 대한 자초지종 파악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게 판단의 이유 골자였다. 재판부는 “선생은 영원한 영향력을 안겨주는 사람이다. 그 자신도 그의 영향력이 어디쯤 가서 멈출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헨리 아담스의 말을 인용했다. 벌금형은 16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