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출력하면 수만 페이지가 되는 61만여 차례의 범죄일람표. 검사가 이를 CD에 담아 재판부에 제출하는 행위에는 문제가 없을까? 공소사실 범죄일람표 제출 형태를 포함한 저작권법 위반 사건의 법적 다툼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곧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웹하드 사이트에 동영상 파일 등 저작물들을 올린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5)씨 등에 대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 심리는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소부에서 이뤄지는 것이 원칙적이다. 하지만 대법관 사이에 이견이 있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판단될 경우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긴다.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공소사실의 별지에 서면으로 첨부되는 것이 일반적인 범죄일람표를 CD로 제출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다. 김씨는 61만7481차례에 걸쳐 불법 콘텐츠를 유통해 수억원을 벌어들인 혐의로 기소됐다. 2013년 2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1심 판결 이후 항소하면서 검찰 측이 부적법한 공소제기 방식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에 따라 공소제기는 서면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검사가 공소장 변경 신청 등을 할 때 CD 형태로 범죄일람표를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법이 정한 기소 방식에 어긋나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심은 이같은 항소이유를 검토한 뒤에도 CD 제출은 허용된다고 판단, 1심과 같이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은 정보화 사회로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특허재판에 이어 민사재판에서도 전자문서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CD 등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가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형사소송규칙 등을 제시한 뒤 이는 공소장의 서면주의에 대해서도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김씨 등의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검사의 CD 제출은 허용된다는 게 2심까지의 결론이었다. 김씨는 이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쟁점은 대법관 전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검찰과 법원에서는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과정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출력하면 수만 페이지, CD로 공소장 별지 제출했다면?
입력 2016-05-16 11:23 수정 2016-05-16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