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된 ‘닛산’의 경유차에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제작·수입자인 한국닛산 사장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경유차 20차종 중 실내 인증기준 이내의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한 차량은 BMW 520d 단 한 대 뿐이었다.
환경부는 한국닛산의 ‘캐시카이’에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하는 ‘임의설정’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16일 밝혔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국내 판매된 경유차 20차종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0일간 조사한 결과다. 해당 차량은 영국에서 제조된 수입차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814대 판매됐다.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에 대한 실내, 실외 실험에서 모두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이 중단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배출가스재순환장치는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다시 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다. 2010년 이후 제작된 경유차에 주로 장착됐다. 그런데 문제 차량에서는 엔진 흡기온도가 일반적인 실제 주행 상태에 해당하는 35℃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작동을 멈췄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상 자동차를 외부온도 20℃ 조건에서 30분정도 주행시키면 엔진룸의 흡기온도가 35℃ 이상 상승한다. 일반적인 운전조건에서 배출가스 부품의 기능이 시험모드와 다르게 저하되도록 변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임의설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지난 3월 9일과 지난달 20일 두 차례 개최한 자동차 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전원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또 캐시카이 차량은 실내에서 실험한 인증모드 반복시험, 에어컨가동조건시험, 휘발유차모드시험 뿐 아니라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이미 임의설정으로 판단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티구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캐시카이의 실외 도로주행시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실내인증기준(0.08g/km)의 20.8배에 달했다.
환경부는 16일 행정절차법에 따라 한국닛산에 임의설정 위반 사전 통지를 했다. 10일간 한국닛산의 의견을 들은 뒤 이달 중 이미 판매된 814대에 총 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량 리콜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아직 판매되지 않은 차량에는 판매정지명령을 내린다. 한국닛산은 문제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개선방안을 마련해 리콜명령이 내려진 날부터 45일 이내에 리콜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이달 중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문절차를 거쳐 캐시카이 차량을 인증취소하고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위반과 제작차 인증위반 혐의로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캐시카이 외의 19개 차종은 엔진 흡기온도 35℃의 일반조건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을 중단하는 임의설정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QM3는 실내인증기준보다 17.0배로 높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QM3는 제작·수입자인 르노삼성은 올해말까지 개선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밖의 17개 차종도 실내 인증기준의 1.6∼10.8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 인증기준 이내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차량은 0.9배를 배출한 BMW 520d 1종뿐이었다.
환경부는 실내 인증기준과 실외 도로주행시험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차이를 줄이기 위해 3.5톤 이상의 대형차는 올해 1월부터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도입했다. 중·소형차에는 내년 9월부터 도입할 방침이다. 이번에 조사한 20차종 외의 다른 경유차의 임의설정 여부는 제작차 수시검사(연간 100차종)와 운행차 결함확인검사(연간 50차종)를 통해 계속 확인해 나갈 계획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닛산' 경유차도 배출가스 임의조작…한국닛산 사장 '형사고발'
입력 2016-05-16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