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15일 2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전야제를 통해 개봉된 ‘곡성’은 4일 만인 14일 누적관객 165만을 기록하고 5일 만에 200만(231만5303명) 고지에 올랐다. 개봉 초반 흥행 돌풍이 거세다. ‘국제시장’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들과 비슷한 추세여서 ‘천만클럽’에 가입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는 한 마을에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맞서는 경찰 종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흥행 이유는 여러 가지다. ‘추격자'(2008)와 ‘황해'(2010)를 연출한 나 감독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객들이 몰려들고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를 비롯해 일본배우 구니무라 준, 아역배우 김환희의 열연도 힘을 보탰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는 점도 이슈가 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추격자’ ‘황해’에 이어 나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최고의 작품이라는 호평과 스토리 전개가 난해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보기 불편하다는 악평이 교차하고 있다. 호불호에 따라 평점도 제각각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평점에 0점과 1점을 주는 관객부터 만점인 10점을 주는 관객까지 다양하다. 16일 현재 평균 평점은 관람객이 7.9점, 기자·평론가가 8.5점으로 높은 편이다.
영화는 호러와 스릴러와 미스터리와 샤머니즘 등 다양한 장르가 섞였다. 칭찬하는 쪽은 “한국영화에서 이런 작품이 나온 게 너무 반갑다” “역시 나홍진이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영화다”며 반긴다. 반면 부정적인 관객들은 “찜찜하고 답답하고 정신건강을 해치는 호러물이다” “스토리도 없고 그냥 막장 영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영화의 관람 등급이 어떻게 ‘15세 이상 관람가’가 됐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끔찍하고 선정적인 장면 때문이다. 극 중 괴물이 사람의 얼굴을 물어뜯는 장면, 경찰 종구가 곡괭이로 개를 때려죽이는 장면, 밤에 여자가 가슴을 드러내며 귀신처럼 등장하는 장면 등이 섬뜩하다. 이런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15세 이상 관람가’는 부모가 동반할 경우 연령에 도달하지 아니한 자도 관람이 가능한 등급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곡성'은 선정성 및 폭력적인 부분은 정당화하거나 미화되지 않게 표현돼 있고, 공포, 대사 및 모방위험 부분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가지 등급 중 ‘19세 관람가’에 해당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15세라니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20대 후반인데 심야 보고 와서 해뜰 때까지 못 잤다.” “19세라면 아이와 함께 보지 않았을 텐데 등급 결정을 잘못해 속았다.” 갖가지 억측도 나오고 있다. “당연히 청불(청소년 관람불가)인줄 알았는데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너무 잘 나가서 한국영화에 힘을 실어주려고 그런 거 아니냐”는 얘기 등이다.
나 감독은 “‘곡성’은 15세를 보고 달려왔다. ‘황해’가 절제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보여준 작품이라면 ‘곡성’은 15세를 겨냥해 미장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영화를 보지도 않고 0점을 매기는 관객을 제외하고 모든 관객의 반응과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200만 돌파 '곡성' 15세 논란 "미장센으로 커버" "어이가 없네"
입력 2016-05-16 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