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85)가 미쓰비시자동차 측 광고 제의를 거절한 배우 송혜교(34)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양 할머니가 손수 쓴 자필 편지를 15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공개했다. 편지에는 그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일본인 교장 말에 속아 일본에 끌려간 뒤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제작소에서 갖은 고초를 겪은 사연이 구구절절 담겼다.
양 할머니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못한 훌륭한 일을 송(혜교) 선생님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눈물이 나고 가슴에 박힌 큰 대못이 다 빠져나간 듯이 기뻤다. 날개가 달렸으면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너무도 장한 결심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 아베총리와 미쓰비시에게 사죄 받는 게 첫 번째 바람”이라며 “기필코 사죄를 받아야 저 세상 가더라도 눈을 감고 갈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 한 목숨 다할 때까지 도와주신 여러분들과 힘을 합해 꼭 싸워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18개월여 동안 강제노동에 시달린 양 할머니는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1999년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8년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했고, 한국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판결에 불복한 미쓰비시 측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앞서 송혜교는 지난달 미쓰비시로부터 중국에 방송될 방송광고 모델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송혜교는 “(광고 제안 거절 관련) 많은 기사가 나와서 놀랐다”며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 상황이었다면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