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쯤이었다. 만 13세를 2개월 지난 한 소녀가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갖고 나와 놀다가 떨어뜨려 액정이 깨졌다. 어머니에게 야단맞는 것이 두려워 한 소녀는 가출을 결심하고 휴대전화의 친구찾기 앱을 통해 ‘가출함, 재워줄 사람' 이라는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성인 남성을 만났다. 그는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의 가해자인 양모씨였다.
또래에 비해 지능이 약간 떨어져 학교에서도 자주 왕따경험이 있던 소녀는 갈 곳이 없어 그 남성을 따라 모텔에 가서 성폭행을 당했다. 첫 성경험이었고 너무 무서웠고 혼란스러웠던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휴대전화 앱을 통해 친구를 찾았다. 그후 십여명에 달하는 성인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가출신고는 돼 있었다. 거의 1주일이 지난 후 딸을 찾았지만 소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소녀의 엄마는 딸이 거지꼴이 된 행색을 보고 뭔가 이상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머니는 소녀를 데리고 서울의 한 해바라기 아동센터에 성폭력으로 신고했다. 소녀는 국선변호사 도움을 받아 성폭력 피해에 대해 진술했다. 지능이 7세 수준인 만 13세 아이가 가출한 상황에서 십여명에 달하는 성인들은 아무도 소녀의 부모에게 연락해 주지 않았다. 대신 돈을 주고 소녀를 성폭행했다. 어머니는 딸의 잘못이 아니라고 안심시킨 뒤 횡설수설하는 소녀를 통해 가해자들의 신상을 파악해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다.
소녀는 가출이후 성폭행 사건을 겪은 뒤 극도로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심각한 우울증상을 보였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어머니는 소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해야 했다.
그러나 잘 해결될 줄 알았던 사건은 이 사건이 성폭력사건이 아니라 성매매사건이므로 소녀를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며 아동센터에서 지원을 중단해 소녀의 심리상담을 하던 선생님에 의해 십대여성인권센터에 연계됐다. 아동센터에서도 성폭력 아동만이 지원의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성인 남성들에게 성적인 착취를 당한 만 13세 2개월의 지적장애 소녀 사건과 관련, 불법성이 없었다는 서울서부지법의 판결은 문제가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15일 십대여성인권센터(대표 조진경)에 따르면 서부지법의 판결은 7세 수준의 지적능력으로 의제강간이 인정되는 연령인 만 13세를 겨우 2개월 지났을 뿐인 아동청소년을 자발적 성매매 행위자로 보고 피해자가 아니라고 한 것이어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센터는 전 세계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벌어지는 성범죄를 점점 더 심각한 범죄행위로 보고 더욱 엄격히 처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아동이 지적 장애를 가진 아동청소년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반인권적인 상황이 전개돼 문제라는 것이다.
센터는 법원조차도 다분히 성범죄자 중심의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센터는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성착취에 희생된 아동·청소년이 가해자가 착취하는 과정에서 범한 범죄에 대해 처벌하거나 범죄로 간주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아동·청소년은 법적으로 희생자의 신분이라고 밝힌 것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센터는 “이번 판결은 아동청소년을 법적인 약자로 보고 희생자의 신분으로 대하기는커녕 피해 아동청소년이 지적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범죄의 행위자로 보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결론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성착취 범죄일 뿐”이라고 전제, “손해배상청구가 반드시 인정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이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까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단체는 전국의 인권단체와 공동으로 16일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13세 발달장애소녀 가출 성매수남 10여명 "돈을 주고 성을 사면 남자는 무죄인가"
입력 2016-05-15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