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당 대회 이후 ‘김정은 시대’ 키워드는 ‘주체의 복고’

입력 2016-05-15 15:59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내놓았다는 ‘휘황한 설계도’는 결국 ‘주체로의 복고’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 체제의 ‘황금기’였던 60~70년대를 주민들에게 상기시켜 체제 정당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얻겠다는 포석이지만 시대착오적 정책 노선 때문에 체제를 더욱 위기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당 대회가 끝난 직후 민생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보도시점 기준) 기계설비 전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15일에는 묘목을 생산하는 ‘조선인민군 122호 양묘장’을 시찰했다. 기계설비 전시장 방문 때는 집권 이후 처음으로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양복을 입어 눈길을 끌었으나 이번에는 검은색 인민복 차림이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당 대회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발전에 집중하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 대회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의 한 축인 ‘핵보유국’을 달성한 이상 이제는 핵보다는 경제에 더욱 중점을 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당 대회 총화에서 “(경제의)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다”고 직접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상황을 이끌어 줄 사상과 이념은 당 대회를 기점으로 도리어 김 주석 시절로 퇴보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 총화에서 민생과 대외관계 개선에 매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사상은 ‘주체’, 경제는 ‘자립’, 국방은 ‘자위’, 외교는 ‘자주’ 등 김 주석 시절 구호만 반복했다. 당 대회 때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그나마 참신한 편이지만 이 역시도 1960년대 ‘7개년 계획’과 유사하다.

외교 정책도 ‘쁠럭불가담(비동맹) 운동’ ‘정의로운 세계질서 구축’ 등 냉전 시절에나 통할 시대착오적 노선들이다. 김 위원장의 ‘독자 브랜드’인 ‘핵·경제 병진노선’ 역시 사실은 1960년대 김 주석이 선포한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답습한 것이다.

사회주의권이 건재한데다 중·소 분쟁으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상당히 넓었던 50여년 전 냉전 시절 당시 정책을 그대로 모방·답습하겠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회주의권 붕괴 후 제한적 개방을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려던 아버지 김 국방위원장의 색채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김정은 북한’이 극단적 외교 고립 속에 체제 불안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