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 신작 ‘아가씨’가 현지의 뜨거운 관심 속에 첫 선을 보였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아가씨는 뤼미에르 극장과 드뷔시 극장에서 기자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에는 전 세계 기자 약 3000여명이 몰렸다.
이어 진행된 공식 포토콜에는 박찬욱 감독과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에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특히 조진웅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러스함으로 시선을 끌었다.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 프레스 컨퍼런스 룸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는 다양한 국가 매체 취재진이 함께했다. 아가씨로 세 번째 칸에 입성한 박찬욱 감독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았다.
먼저 영국 및 유럽 문학에 관심을 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 남미 할 것 없이 내가 사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며 “다양한 국가의 문학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고 답했다.
그는 “아가씨의 원작인 ‘핑거 스미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인물들의 딜레마였다”며 “감정상의 딜레마에 빠진 인물들, 죄의식과 사랑을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영화의 배경을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내면적이고 복잡한 개인들의 관계를 표현하는 영화도 나올 법하다고 생각했다”며 “아가씨에서는 이질적인 것들이 한 데 모여서 생기는 낯선 분위기와 조화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과 서양식 건축이 조화를 이룬 저택을 비롯해 연미복을 입은 신사가 서양식 서재에서 일본식 다다미 공간으로 이동할 때에는 구두를 벗는 등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하고 근대화가 진행 중인 1930년대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에게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냐는 질문이 주어졌다. 먼저 마이크를 든 김민희는 “아가씨가 하녀를 만나며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가 흥미로웠다”며 “이러한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가장 중요한 건 하녀의 세밀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었다”며 “감독님 이하 함께 연기한 선배 배우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하정우는 “백작 캐릭터는 어떤 임무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짜인 인물이었다”며 “1930년대의 말투, 일본어 대사 등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친근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라는 캐릭터의 아이러니함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조진웅은 “후견인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지성에 대한 강한 욕구가 탐욕적으로 그려진 인물”이라며 “모두가 가진 욕망이 극대화된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1930년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 그리고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다음 달 1일 국내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