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가요계를 휘어잡았던 가수 서수남(73)이 우여곡절 끝에 평범한 황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수남은 15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홀로 지내지만 부지런하고 건강하게 하루를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 흰머리를 염색하고, 매일 운동을 하며, 외출할 때마다 멋스러운 옷을 챙겨 입는다.
취미부터 젊다. 서수남은 12년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자신이 가본 맛집을 소개하는 식이다. 네티즌들이 남긴 댓글이 꼬박꼬박 댓글도 달아준다. 하루 꼬박 4시간씩 드는 작업이지만 이제는 몸에 익었다. 무려 550만명의 방문객이 그의 블로그를 찾았다.
7년 전부터 매년 봉사활동에도 참여한다. 보통 지인들과 함께 계획을 짠다. 오는 8월에는 아프리카 우간다로 봉사활동을 떠날 예정이다.
1988년 노래교실을 시작했던 서수남은 12년간 승승장구 했지만 사업이 한순간 내리막길을 타면서 극심한 심적·경제적 어려움을 겼었다. 곁에서 눈물로 기도하던 어머니와 소중한 세 딸을 위해 서수남은 다시 일어섰다.
서수남은 “아이들도 있고 나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두고 내가 죽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마음을 굳게 가졌다”며 “아픈 시절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제가 다시 인생을 값지게 살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때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뒤이어 첫째 딸을 잃었다. 큰 딸은 미국에서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서수남은 “큰 딸 유골을 소포로 받았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며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벌을 받나 생각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어머니와 딸의 유골을 집과 가까운 납골묘에 안치하고 자주 찾는다고 한다.
서수남은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충실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가진 게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며 “숨 쉬고 있는 한 심장이 뛰는 일을 하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