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은 취업”…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 확대

입력 2016-05-14 14:57 수정 2016-05-14 14:58

한국 사회에도 ‘잃어버린 세대’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는 일본의 장기불황, 유럽의 금융위기 당시 사회에 진입할 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 세대들을 일컫는 말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장기 미취업 상태의 청년이 늘고 있다.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 실업자 수가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10명 중의 3명은 일을 그만두고 나서 1년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들의 구직활동은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들은 경력자를 선호하면서 이들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에게는 구직의 문턱은 점점 높아만 지고 있다.

통계청은 실직한지 1년 이상이 된 청년(15~29세 기준)이 1분기 기준 1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7000명 늘었다고 집계했다. 실업자는 1분기 기준 1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7000명 늘어났다. 2012년 1분기만해도 장기 미취업자는 8만3000명으로 현재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4년만에 2배로 늘었다.

전체 청년 실업자 중 장기 미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에는 23.9%였던 것이 올해에는 32.1%에 달했다. 청년 실업자 10명 중 3명 이상이 1년 이전 취업을 하고 그 뒤로 취업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청년 실업자의 수도 1분기 10만1000명을 기록했다. 카드 사태가 벌어졌던 2003년 1월(10만8000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전국 100인 이상 3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인력 채용 전망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신규인력 채용 예상 규모는 지난해보다 4.4% 줄어들고, 대신 반면 경력직 채용 비율은 2.2% 늘 것으로 보인다. 아예 취업 기회조차 얻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갈수록 그 문이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G20 청년창업가연맹 창립자인 그레고리 젠틸스는 “청년 실업자들은 전 세계 정부가 안고 있는 폭탄과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위기가 커지던 2012년 전세계 청년의 30%가 넘는 2억9000만명이 잃어버린 세대인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은 2013년 잃어버린 세대 보고서에서 “청년실업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안적 펀딩 방식 확대, 멘토링 강화와 지원,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정부의 인센티브, 불필요한 규제 및 과도한 세제 부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험이 없는 청년들을 채용하는 것보다는 유경험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청년층을 위해 신산업의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양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