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의 정석' 길, "음악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입력 2016-05-14 00:10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2014년 이후 가수 길은 모든 방송 활동을 접었다. 힙합 듀오 리쌍 멤버로서 콘서트 무대는 섰지만 이 또한 적극적인 행보는 아니었다. 그의 자숙에서 많은 이들이 진정성을 발견했다. ‘자숙의 정석’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3년 째 방송 활동을 전혀 하지 않던 길이 Mnet ‘쇼미더머니5’로 방송에 복귀했다. 시즌1 때부터 프로듀서로 러브콜을 받았으나 계속 고사해왔던 그가 방송 복귀작으로 택한 게 ‘쇼미더머니5’가 됐다. 이번 시즌에서 길은 매드클라운과 짝을 이뤄 프로듀서를 맡았다.

길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무엇을 제일 잘 하느냐’를 생각해보니 음악이 먼저 떠올랐다. 초심으로 돌아가 잘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반성의 의미와 보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에 대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도 했다.

제작발표회에서 길의 모습은 대체로 진지했다. 하지만 MBC ‘무한도전’ 멤버로도 활약했던 만큼 예능감도 죽지 않았다. ‘대한민국 힙합의 대부’라는 소개에 대해 길은 “힙합 대부는 아니다. 그냥 무늬만 형”이라며 “복귀 프로그램으로 ‘쇼미더머니5’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미더머니5’는 ‘무한도전’ 멤버 정준하의 참가로 방송 전부터 크게 화제가 됐었다. ‘무한도전’을 통해 정준하의 예선 도전이 전파를 탔고, 길과 정준하의 만남도 화면에 잡혔다. 두 사람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눈물을 흘렸다.

길은 정준하와의 재회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무한도전’ 하차 후 너무 죄송한 마음에 멤버들 만나는 걸 꺼려했다. 준하형과도 거의 1~2년 만에 처음 봤다. 형이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걸 아니까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길은 “그게 어떤 눈물인지는 모르겠다. 가슴이 찡했다”며 “멤버들과의 단톡방에서도 얘기를 했는데, 준하형을 보고 눈물이 났다는 게 부끄러워서 길게 말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리쌍 멤버로서 작곡, 편곡, 보컬을 담당하는 길은 음악 얘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길은 “‘쇼미더머니’가 5년 동안 힙합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었다. 그래도 많은 힙합 뮤지션이 얼굴을 알릴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좋은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힙합씬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90년대와 달리 힙합 뮤지션들의 자세나 테크닉이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길은 “한국 래퍼들의 실력과 수준이 높아졌다. 미국의 힙합 뮤지션들도 한국의 비트 메이커나 래퍼들을 보고 함께 하길 원한다. 20년 전보다 세련되게 바뀌었고, 본토 힙합이 우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Mnet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