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를 압박받고 있는 금융권 현장에서 은행원들이 벌을 받는 듯 두 손을 모으고 나란히 서서 동의서 작성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3일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뿌린 사진이다. 제목은 ‘이것이 금융공기업의 현실입니다’이다. 금융노조는 “모두들 울었다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금융노조가 전해온 관련 글 전문. 금융노조는 해당 은행이 어느 곳인지 밝히지 않았다.
어제 한 은행에서 벌어진,
부서장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 작성을 강요받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입니다.
모두들 울었다고 합니다.
할 말을 잃어서 무어라 설명을 덧붙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현장에서는 강압과 인권유린, 불법행위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정부와 사측이 벌이고 있는 짓거리입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얼마나 더 해야 합니까?
앞으로는 공공기관에서 사람을 채용할 땐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했으면 좋겠습니다.
“정권의 노예가 되는 것에 동의하며, 시키는 일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현실이 참담합니다.
즉시 중단될 수 있도록 기사에 실어 주시길 호소드립니다. 끝.
[관련기사 보기]
금융노조의 폭로가 있자, 산업은행이 스스로 “우리 은행서 벌어진 일”이라며 해명을 배포했다. 성과연봉제 강요는 아니었고, 노조가 갑자기 촬영해 고개를 숙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측은 그러나 왜 양손을 모으고 있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산업은행 사측과 노조의 입장차가 묻어난다. 다음은 산업은행 사측의 해명 전문.
○상기 사진 관련 경위
-12일 오후 해당 부서장이 직원들과 은행현황 및 성과연봉제에 대하여 대화를 마친 후 직원들은 약 3시간의 자체의견 수렴을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당 사진은 직원들이 부서장실로 다시 돌아오자 부서장도 함께 일어선 채로 잠시 대화를 나누던 중 누군가의 연락을 받은 노동조합 간부가 갑작스럽게 부서장실에 진입하면서 촬영한 것입니다.
-사진 속 자세는 모두가 서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취한 자세로 부서장이 요구한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무단 촬영에 놀란 직원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울러 해당직원들도 당시 동의서 서명을 강압적으로 요구받지 않았고 개인의 의사에 따라 전원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본 보도를 접한 해당 부서장 및 직원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사진을 외부에 제공한 노동조합에 항의하였습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사실과 무관한 사진을 보도자료에 인용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산업은행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직원들의 동의서 제출을 강요한 사실이 없으며,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오니 보도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