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A양 발등 사연은?… “알코올 중독 아빠 치료때문 그룹홈에서 지내는 어린 남매를 도와주세요”

입력 2016-05-13 11:59
광주 A양의 오른쪽 발등. 교통사고로 다친 발을 치료하느라 엉덩이살을 떼어내 접합수술을 한 부위가 흉하게 덩어리져 있다. 광주 남부경찰서 제공

“알코올 중독 아빠와 헤어져 있는 10대 남매를 도와주세요.”

경찰이 알코올 중독 아빠를 치료시켜 주기 위해 사회복지시설에 나와 있는 초·중생 남매를 돕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13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인 A양(15)과 초등학교 6학년 B군(12) 남매가 지난달 25일부터 두 곳의 그룹홈 시설에서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아버지(43)는 같은 날부터 병원에 입원, 알코올 중독과 당뇨합병증을 치료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 하순, 구청의 사회복지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 남매의 사연을 알게 됐다.

남매는 당시 “건강해진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며 아버지를 병원에서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치료 기간에는 그룹홈 시설에서 지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욕설을 자주 하는 아버지지만 때린 적은 없으니 벌을 주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아버지는 남매의 연락을 받고 집에 찾아온 경찰과 구청 공무원에게 화를 냈다. 남매는 시설에서 잘 지내고 있을 테니 아픈 몸을 잘 치료받으라고 설득했다.

아버지는 10여 년 전 이혼했으며 술에 찌들어 살았다. 당뇨합병증이 심해져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남매의 SOS 요청 이후 중독치료센터, 청소년복지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관계자가 모여 머리를 맞댔고 해결책이 나왔다. 남매는 지난달 25일 그룹홈으로, 아버지는 병원으로 향했다. 남매는 1년이 지나면 아버지가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그룹홈 수용 인원 때문에 서로 떨어져 생활하는 상황이 몹시 안타깝다. 특히 A양은 오른쪽 발등이 부어 있고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7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이다. 당시 엉덩이 살을 떼어내 상처 부위에 급하게 붙이는 치료를 받았지만, 발가락에서 발목까지 발등을 덮는 피부조직 덩어리가 흉하게 남아 있다. 재수술을 하려면 1000만원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경찰과 구청은 아버지가 퇴원하면 정상적인 삶을 찾도록 일자리를 소개할 계획이다. 남매는 성년이 될 때까지 돌봐주기로 했다. 남매는 지난 4일 “도와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 이 감사함 잊지 않고 꼭 성공해서 밥을 사드리겠다”고 적은 편지를 경찰에 보내왔다.

광주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송정희 경위는 “일단 남매가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고, A양이 발목 재수술을 받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많은 분의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