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감사합니다…강원도 산골마을 ‘흘리분교’에는 ‘알럽티쳐’가 있답니다

입력 2016-05-13 12:00
흘리분교 박진우 교사. 교육부 제공
스승의 날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스승의 날 발원지인 충남 논산시 강경고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꽃을 달아주고 있다. 뉴시스
진부령 고갯길을 넘어 해발 752m 오지에 매일같이 제자 세 명을 데리고 오르는 교사가 있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광산초등학교 ‘흘리분교’의 박진우(39) 교사다. 박 교사는 이전 근무지에서 따돌림을 받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다문화 가정 학생들과 함께 2013년 이 작은 학교로 왔다. 오지의 분교로 전근을 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간 건 쉬는 시간마다 박 교사에게 다가와 “죽고 싶다, 죽이고 싶다”는 말을 쏟아내던 아이들에게 ‘작은 학교’가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생계에 지쳐 있는 아이들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저녁마다 몇 번씩 찾아가 상담하고 설득해 아이들을 전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분교로 온 박 교사는 ‘소원’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금지된 말을 하거나 친구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 등을 할 때마다 그 친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제도다. 6개월 정도 과도기가 지나자 아이들은 자기만의 규율을 만들어나가며 즐겁게 지키기 시작했다. 훌리분교에서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하는 1박2일 캠프도 자주 열렸다. 오후 5시가 지나도 학교를 떠나기 싫은 아쉬움으로 시작된 캠프는 ‘흘리가족사랑캠프’라는 이름으로 정착돼 학부모들까지 함께하는 대규모 캠프로 발전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을 직접 집으로 초대해 ‘사제동행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박 교사와 이이들의 관계를 주변에서는 ‘선생님도 아니고 그러하고 학생도 아닌’ 특별한 관계로 봤다. 실제로 아이들은 박 교사를 ‘선생님’ 대신 ‘알럽티쳐(I Love Teacher)’로 부른다. 박 교사가 만든 또 다른 규칙이다. 어느 날 아이들을 심하게 나무라고 난 후 ‘왜 아이들에게 화를 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특별한 호칭을 만들었다고 한다.

박 교사와 6학년 1명, 5학년 1명, 3학년 2명, 1학년 2명, 전교생 6명은 지난해 강원도 초등학생 영어연극발표회에 ‘아기돼지 삼형제’를 각색한 작품을 들고 나가 대상을 차지하는 뜻깊은 추억도 만들었다. 원어민 교사 하나 없이 이뤄낸 성공이었다. 박 교사는 “‘가족’이라 불리워도 될 만큼 서로 친하게 지냈던 끈끈한 유대감 덕분에 모두가 합심해 매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며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고 교육하는 교사들에게 흘리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이 영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교사의 이런 열정은 교육부가 1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공동으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제35회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소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모범교원, 교육계 원로, 시·도 교총 회원 등 교육계 인사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우수 교원 4383명에 대한 정부포상이 이뤄졌다. 인천창신초 전봉식 교장 외 3명이 홍조근정훈장을, 대구정화중 김은수 교장 외 3명은 녹조근정훈장, 대전 꿈내리유치원 양영자 원장 외 3명이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근정포장은 울산과학고 송무용 교장 외 11명에게 돌아갔다. 이밖에도 대통령 표창 94명, 국무총리 표창 107명,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표창을 4158명이 받았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