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은 그동안 많은 인류를 질병에서 구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한 법. 지나치게 항생제를 사용해온 탓에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내성균이 부메랑처럼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다. 미국에서는 슈퍼 박테리아에 의해 매년 2만3000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다. 영국의 전문가들은 2050년 전세계적으로 약 100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항생제 내성과 슈퍼 박테리아 문제를 관리하기로 했다. 복건복지부는 항생제 내성균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단체와 학·협회, 환자·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협의체’를 출범시킨다고 13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른 나라에 비해 항생제 사용이 많은 편이다. 2014년 기준 OECD 평균이 인구 1000명 당 21.1DDD(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30.1이나 된다. 네덜란드는 10.1, 스웨덴 14.7, 독일 15.7, 영국 19.5 등이다.
최근에는 종합병원 뿐 아니라 의원과 요양병원 등에서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간 인적·물적 교류의 증가도 슈퍼 박테리아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협의체’에서 범부처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의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먼저 감시체계 강화를 통해 슈퍼 박테리아를 빠른 시일 내 인지하기로 했다.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유도하고 슈퍼 박테리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감염 예방관리에도 힘을 쏟는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수립하고 범부처 회의를 거쳐 ‘2017~2021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슈퍼 박테리아 문제를 심각히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총회에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대응 방안 등 향후 계획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어 각국에 국가 차원의 계획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3월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1년 회원국들이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에 나섰다. EU는 특히 매년 11월 18일을 ‘항생제 인식의 날’로 지정해 항생제 오·남용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 유엔총회에서는 항생제 내성 관련 고위급 회담이 개최된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최근 유엔과 WHO에서 보건 안보의 위협 요소로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면서 “국가 차원의 중장기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마련해 국민건강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슈퍼 박테리아의 습격... 국가 차원 대책 만든다
입력 2016-05-13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