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한 그의 발에 신겨진 건 플랫슈즈였다. 한 회계법인의 안내데스크 임시직 자리가 새 직장이었다. 상사는 그의 플랫슈즈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5~10㎝ 하이힐을 신어야 근무할 수 있다고 했다. 성차별이라며 맞받아치자 코웃음이 돌아왔다. 하이힐을 새로 구입해 신길 거부한 그는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그렇게 새 직장에서 쫓겨났다.
영국 런던 동부 해커리에 사는 여성 니콜라 소프(27)가 런던의 회계법인 PwC 안내데스크 자리에서 첫 출근날 해고당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해고 뒤 고용인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녀 모두 격식에 맞는 복장을 해야 한다”는 규정 탓에 성차별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화가 난 소프는 영국 국회의 온라인청원 웹사이트에 “직장에서 여성에게 하이힐 신게 하는 걸 불법으로 만들어 달라”며 청원을 올렸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오후인 현재 기준점인 10만명을 넘어 영국 하원이 이를 정식 안건으로 안건을 다루게 될 예정이다.
하이힐 때문에 설움을 겪었던 이는 소프만이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회사 규정 때문에 하이힐을 신고 하루 종일 서빙을 해야 했던 한 레스토랑 직원의 피투성이 발 사진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여성 리더십 부문 에디터 헤리엇 민터는 12일 ‘직장에서 여성에게 강요하는 하이힐은 곧 성차별의 높이(Enforcing high heels in the office is the height of workplace sexism)’라는 칼럼에서 소프의 사례를 예로 들며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프로페셔널하다는 것은 업무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1950년대 전업주부를 사무실에 데려다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일침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